[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코스피가 전인미답의 9000피 시대를 열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기조 강화에도 반도체주가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장기간 갇혀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만스피(10000선)' 진입 역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장을 마치며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섰습니다. 8000선을 돌파한지 약 한 달 만입니다. 20.68포인트(0.23%) 오른 8884.92로 출발한 지수는 상승폭을 키우며 9000선을 돌파, 장중 9100선(9106.07)을 넘기도 했습니다. 오전까지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이 오후 들어 순매수로 전환하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습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806억원, 7775억원 팔아치운 가운데 외국인이 1조2826억원 사들였습니다.
시가총액 역시 사상 최대치인 7413조원을 달성했습니다. 전 세계 7위 규모입니다.
증시를 이끈 건 반도체 투 톱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는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함께 8% 넘게 급등하며 장중 273만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4.62% 오른 3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매파적 금리 인상 시사로 뉴욕 증시가 하락, 국내 증시 동력이 꺾일 것이란 우려도 나왔으나 코스피 질주를 막진 못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으로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했다"며 "FOMC 결과가 시장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제한적이었다"고 짚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종전 MOU에 공식 서명하며 60일간 호르무즈 해협의 무상 개방을 발표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측도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등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중심인 전기·전자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다"고 이날의 상승 장세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실제 이날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제품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그동안 공급망 내 비용 증가분을 최대한 흡수하며 고객을 보호하려 노력해 왔지만 지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습니다.
5개월만에 5000→9000…연간 상승률 115%
이번 9000선 돌파는 속도 측면에서도 놀랍습니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27일 4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월22일 5000선, 2월25일 6000선, 5월6일 7000선, 5월15일 8000선을 잇달아 넘어섰고 이날 9000선까지 돌파했습니다. 5000선에서 9000선까지 오르는 데 불과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1000포인트씩 오르는 데 걸린 시간도 갈수록 단축됐습니다. 4000에서 5000까지 87일, 6000까지 34일, 7000까지 70일이 걸렸던 반면 7000에서 8000까지는 9일, 종가 기준 8000선 안착 이후 9000선 돌파까지는 16거래일에 불과했습니다.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률은 115.1%를 기록 중입니다.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코스피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나스닥, S&P500, 다우존스는 각각 11.96%, 8.39%, 7.13% 올랐습니다. 일본(39%), 튀르키예(28%), 이탈리아(17%) 등도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보였으나 코스피에는 못 미쳤습니다.
증권가에선 1만선 돌파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습니다. 유진투자증권(1만400), 하나증권(1만380), KB증권(1만500)을 비롯해 DB증권은 1만1700,
대신증권(003540)은 1만1500을 목표가로 제시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코스피 목표치를 1만2000으로 상향하며 올해와 내년 코스피 상장사 이익 증가율을 각각 320%, 35%로 추정했습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도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1만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이제 막 8배를 회복한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1만 진입이 가능하다"며 "2분기 실적 시즌이 도래하면 더 강한 모멘텀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과열 경고음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80.53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지수가 신고가를 쓰는 날에도 하락 종목이 800개에 달하는 등 양극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숙제입니다.
거래소 측에서도 "AI·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효과 지속 등은 국내 증시의 지속적 상승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수요, 글로벌 금리 인상 우려 등 경계 요인"이라고 경계감을 표했습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번 9000포인트 돌파를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 쾌거로 평가,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 업계 노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해 결제 주기를 단축하고,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 영문 공시 활성화 등 자본시장 주요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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