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소멸 위기 사관학교 살릴 '골든타임'
2026-07-20 06:00:00 2026-07-20 15:16:49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서울 노원(태릉)과 경남 창원(진해), 충북 청주에 흩어져 있는 육사와 해사, 공사를 대전 자운대로 모아 첨단 스마트 캠퍼스를 조성하고, 이곳에서 4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시켜 미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장교를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대략적인 목표와 밑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이런 구상의 배경은 현재의 사관학교를 그대로 유지하면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야 할 처지'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사관학교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군 정예 장교 양성의 산실이자 호국간성의 요람이었다. 하지만 현재 사관학교가 최고의 장교 교육기관으로써 효율적으로 기능하는지, 미래에도 승리할 수 있는 장교를 길러내는 데 적합한 구조인지, 미래세대에 가슴 뛰는 선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각 사관학교의 생도 수는 700~1000여명 규모다. 민간 대학의 단과대 수준 정도다. 다 모아도 2900여명이다. 이들을 위해 3성 장군(중장) 3명을 포함해 장군 7명 등 3000명이 넘는 지원 인력이 투입된다. 교육 내용은 70% 이상 동일하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견고한 칸막이로 나뉜 사관학교 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전쟁 양상에 적합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등이 이 바꿔놓을 미래 전장 환경은 더 이상 육·해·공군을 물리적으로 나누는 게 무의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환경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사고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2040년 대입 수험생은 지금의 절반 수준인 26만명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이들에게 과연 지금의 사관학교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사관학교 현실에 비춰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입학 성적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생도들의 자퇴율은 15%를 넘는다. 임관 후 5년 차 전역률도 15~20%에 육박한다.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자.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대학들이 소멸하고 있다. 교육계는 향후 10년간 대학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사관학교가 미래세대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려면 각종 최첨단 교육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 환경과 최고의 석학들로 구성된 교수진이 있어야 한다. 직업으로서 군인의 매력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앞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되겠지만 국군사관학교가 첫 신입생을 받는 건 2030년대 중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자운대에 최첨단 스마트 캠퍼스를 새로 조성하는 데 대략 10년 정도가 걸리고, 이 새 캠퍼스에서 첫 생도를 모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시기는 2차 인구절벽을 맞으며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할 시기와 맞물린다. 지금 바로 준비해서 추진하더라도 국군사관학교가 출범할 때쯤이면 이미 그 시대가 도래해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이 더 이상 사관학교 개혁을 미룰 수 없는 '골든타임'이 분명하다.
 
국군사관학교를 만든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미래를 향한 첫걸음일 뿐이다. 국군사관학교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정부가 열린 자세로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하니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의견을 개진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될 일이다. 미래를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기득권을 지키자고 사관학교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쳐 소멸하게 만들 것이냐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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