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영(예비역 공군 준장)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전 19전투비행단장
최근 현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에 대해 논란이 심각하다. 현역 시절 국방 개혁 차원에서 실시한 사관학교 통합 검토에 두 번이나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의견을 정리한다. 오늘날 전쟁의 패러다임은 무서운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육·해·공군이 제각각 자기 영역에서 싸우던 합동작전(Joint Operations)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우주·사이버·공중·지상·해양을 실시간으로 넘나드는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무인 드론 체계가 전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미군이 주도하는 전 영역 통합 지휘통제(JADC2) 시스템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전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단일 전장(Single Battlespace)'으로 묶이고 있다. 전쟁의 형태가 이토록 새롭게 바뀌었다면, 그 전쟁을 설계하고 이끌어갈 정예 장교를 길러내는 군 간부 양성 역시 전면적인 혁신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4년제 각군 사관학교'가 절대 선(善)이라는 착각
우리 군 일각, 특히 일부 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 장성 원로들은 군별 4년제 사관학교 제도를 깨뜨려서는 안 될 성역처럼 여긴다. 그러나 시각을 세계로 돌려보면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결코 아니며, 절대적인 정답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의 장교 양성 체계는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우선 독립형 사관학교 체제를 운영하는 국가가 약 3분의 1이다. 한국, 미국, 대만, 태국, 프랑스 등 20~30여개국만이 군별로 분리된 4년제 사관학교를 운영한다. 또 3군 통합 사관학교 체제가 3분의 1이다. 일본(방위대학교), 인도, 호주, 캐나다 등은 학부부터 군사교육까지 육·해·공군 생도를 한 공간에서 통합 교육한다. 나머지 3분의 1은 장교 양성학교 체제를 운영한다. 영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러시아 등은 4년제 사관학교 자체가 아예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수 자원을 군사 전문 교육만 단기 집중적으로 시키고, 임관 후 필요에 따라 일부만 선발해 학부 교육을 보낸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강군으로 평가받는 이스라엘이나 현대 군사 참모 제도의 기틀을 확립한 독일에 4년제 사관학교가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전통적인 각군 사관학교 교육만이 우수 장교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좁은 식견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전쟁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전통만을 고집하다가 국가가 파멸한 역사는 무수히 많다. 1806년 예나-아우어슈테트 전투의 프로이센 군대는 전설적인 전략가 프리드리히 대왕이 다져놓은 군사 전통과 시스템에 대한 예비역 원로들의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사단·군단 중심의 유기적인 기동전과 새로운 보병 전술을 들고나온 나폴레옹의 군대 앞에 프로이센의 '자랑스러운 전통'은 단 몇 시간 만에 무력하게 궤멸당했다. 프랑스군은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지노선을 구축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기동전과 항공·기갑 통합 운용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고 전통의 틀에 갇힌 군대의 끝은 참혹한 패배뿐이었다.
전문성이라는 핑계, 시대착오적 굴레 벗어야
사관학교 통합을 반대하는 이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논리는 늘 같다. "육·해·공군은 각 군의 특성과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I와 초연결 네트워크망이 전장을 지배하는 지금, 이 주장은 매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지금의 지휘관들은 위성과 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전송하면, 그것을 토대로 지상의 화력과 해상의 함정, 공군의 전투기가 동시에 화력을 투사하는 전장을 지휘해야 한다.
즉, 하나의 스크린을 보며 동일한 전장 운영 개념과 동일한 언어, 동일한 철학을 공유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생도 시절 4년 내내 서로 다른 울타리에서 단절된 채 교육받은 장교들이 임관 후 자군(自軍)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단일 전장에서 유기적인 통합 전투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진정한 전문성은 폐쇄적인 고립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안은 명확하다.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학부 3년은 동일한 전술 철학과 합동성(Jointness)을 뼈대처럼 심어주고, 각 군별 고유의 전문성과 특수성은 졸업 전 1년이나 임관 후 후반기 교육 과정을 통해 집중 수련하면 충분하다. 독일, 영국, 이스라엘은 장교학교 단기 집중 교육만으로 각 군의 유능한 장교를 양성한다.
이제는 사관학교가 변신해야 할 때
나라를 지키겠다는 예비역 원로들의 애국심과 군에 대한 애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첨단기술의 홍수 속에서 과거의 경험과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은 대한민국 군대의 미래를 가로막는 무거운 굴레가 될 뿐이다. 군종의 벽을 허물고 효율성과 유능함을 극대화한 통합형 인재 양성 체계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현대전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를 걱정한다면, 이제는 그 완고한 가두리에서 걸어 나와 과감한 국방 혁신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지난 2월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임관식에서 임관 장교들이 국가 수호 결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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