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한국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과 글로벌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지난달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발 수출 호조가 국내총생산(GDP)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리 인상 신호 잇따라…시장도 추가 인상 전망
17일 관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필요성을 여러 번 언급한 가운데 지난달 8월 연속 동결을 이어오던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인상 배경으로는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등 세 가지 측면을 제시했습니다.
신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입수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 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현재 금리 인상기에 있다며 2분기 반도체발 수출 호조로 실질 GDP가 유례없이 높게 나타났고, 7월 소비자물가도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2.8%를 기록한 점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한 경기 충격 요인이 없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투자은행(IB) 가운데서는 씨티도 8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14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에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백투백'(back-to-back) 인상입니다.
앞서 씨티는 올해 8월과 11월, 내년 2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10월에도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최종 금리가 3.7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금리 인상 사이클을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최적의 정책 대응이 될 수 있다"며 "현재 2.75%인 기준금리는 명목 중립금리 추정치(3.0%)를 여전히 밑돌고 있고, 근원 인플레이션 모멘텀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출 호조에 교역조건도 개선…대외 구매력↑
앞서 한은은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등을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판단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2분기 실질 GDP와 7월 물가상승률이 견조한 흐름을 보인 데 이어 이날 발표된 교역조건도 크게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과 대외 구매력 개선을 보여주는 추가 지표가 나온 셈입니다. 이에 따라 8월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26년 7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18.17로 1년 전보다 24.7% 상승했습니다. 이는 2007년 9월 119.59 이후 18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전월 대비 상승폭은 1988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입니다.
반도체 수출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견조해 수출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하락했음에도 수출가격과 물량 증가가 이를 상쇄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습니다. 이흥후 한은 경제통계1국 물가통계팀 팀장은 "수출가격 오름폭이 소폭 확대되고 국제 유가와 환율 내리면서 수입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면서 개선세가 확대됐다"며 "교역조건 개선세가 지속된 것은 수출품목 가격 상승과 물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 데 기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음을 시사한다"며 "교역조건이 우리 경제의 대외 구매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대외 구매력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출가격 상승·수입가격 하락…교역조건 개선
실제 수출 물가지수는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와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전월 대비 1.0% 상승했습니다. 5월 이후 두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으며 4월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9.1% 상승해 1998년 3월 이후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습니다.
품목별로는 공산품이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4.8%, 나프타 6.2%, 경유 11.2% 등 석탄 및 석유제품 4.8%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1.1% 상승했습니다. 농림수산품은 냉동수산물 가격이 2.1% 하락하면서 전월 대비 1.7% 감소했습니다.
반면 수입물가는 유가와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감소했습니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원화 기준 전월 대비 1.0% 하락하며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7% 상승했지만 6월 20.9%보다 상승폭은 축소됐습니다. 지난달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6.8달러로 전월 79.5달러보다 3.4%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1527.3원에서 1497.4원으로 2.0% 떨어졌습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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