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과 협의 없이 미 사업 홍보…적절성 논란
최대주주 지위 앞세워 미 독자 행보
석포 시스템·활용 방안 실효성 의문
“사업 주체와 협의 없어 혼선 우려”
2026-08-20 14:20:01 2026-08-20 14:57:00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최대주주 지위를 앞세워 미국 현지에서 고려아연의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과 관련한 독자 행보를 이어가면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사업 주체인 고려아연과 별도 협의 없이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홍보한 데 이어 영풍 석포제련소의 시스템과 인력 활용까지 제안하면서 주주 활동의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2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최근 미 테네시주에서 열린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리셉션 참석자들에게 후속 이메일과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관리 시스템과 운영 체계, 인력 등을 제련소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측 관계자들의 석포제련소 현장 견학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영풍·MBK 측은 지난달 9일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리셉션을 열었습니다. 현지 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으로 소개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과 협력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 같은 행사 개최와 현지 활동에 대해 사업 주체인 고려아연과 사전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적절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영풍이 석포제련소의 운영 시스템을 미 제련소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석포제련소는 아연 제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아연·연·동 제련 공정을 연계해 금·은 등 귀금속과 인듐·안티모니·비스무트 등 전략 금속까지 회수하는 통합 제련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 역시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을 비롯해 귀금속과 전략 광물 등 총 12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하는 통합 제련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연 제련 중심의 석포제련소 운영 시스템을 현지 통합 제련소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석포제련소가 그동안 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각종 논란을 겪어왔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석포제련소는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대법원 확정판결로 지난해 2월26일부터 4월24일까지 조업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지 행사에 나선 인사의 자격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됩니다. 리셉션에 참석한 장세환 영풍E&E 부회장은 ㈜영풍의 공식 임원이 아님에도 현지에서 ‘영풍그룹 부회장’ 직함이 적힌 명함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께 참석한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역시 고려아연의 경영진이 아니며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직접 대표하는 지위에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도 영풍·MBK 측은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크루서블 발표 당시 미 제련소 투자 구조를 두고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등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현지 로비스트를 선임해 제련소 관련 활동에 나섰고, 6월에는 프로젝트 명칭과 테네시주 이름을 활용한 별도 도메인(crucibleTN.com)까지 등록하는 등 현지 행보를 확대해왔습니다.
 
이에 최대주주라는 지위를 근거로 사업 주체와 별도 협의 없이 회사의 핵심 해외 사업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자체 기술과 인력의 활용 가능성까지 제시하는 것이 통상적인 주주 활동의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됩니다. 특히 이 같은 독자 행보가 이어질 경우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구조와 대외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 정부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사업 주체와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 주체와 협의되지 않은 별도의 대외 활동이 반복될 경우 현지 이해관계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고,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추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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