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글로벌 기업’ 재탄생…그룹 부회장단 ‘전진배치’
부회장 3명 합류…미주·중국 등 대외경험 활용
14년 만 전 임원 면담…글로벌 성장 과제 점검
2026-09-18 11:39:40 2026-09-18 11:39:4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SK(034730)그룹이 미주·중국·대외업무를 맡아온 핵심 부회장단을 SK하이닉스(000660)에 전진 배치하며 글로벌 경영 지원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세 부회장은 14년 만에 전 임원을 대상으로 1대1 심층 면담에도 나섰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1위에 오른 SK하이닉스가 사업 규모 확대에 맞춰 조직과 경영 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유정준 SK그룹 미주총괄 부회장이 지난 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퍼듀대 할로웨이체육관에서 열린 SK하이닉스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기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 부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에 합류했다. (사진=SK하이닉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 소속이던 유정준·서진우·이형희 부회장이 최근 SK하이닉스에 합류했습니다. 세 사람은 각각 미주와 중국 사업, 대외·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아온 그룹 핵심 경영진입니다. HBM을 중심으로 SK하이닉스의 사업 규모와 위상이 커지면서 이들의 경험을 경영 전반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정준 부회장은 SK그룹 미주총괄로 북미 사업을 맡아왔습니다. 지난달 SK하이닉스의 미국 인디애나 HBM 패키징 공장 착공식에도 참석했으며, 당시 그룹 차원에서 2030년까지 미국에 4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서진우 부회장은 SK그룹의 중국 사업을 오랫동안 맡아왔습니다. 2021년 중국 사업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지 관계사의 사업을 총괄했고, 앞서 SK차이나에서 정보통신·신사업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와 다롄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현지 사업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형희 부회장은 SK텔레콤 MNO총괄과 사업총괄, SK브로드밴드 대표를 거쳐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SV위원회와 커뮤니케이션위원회를 이끌었습니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그룹의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거버넌스 분야에서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많은 경험과 경륜을 갖춘 임원들이 회사의 비전이나 경영 전반에 대해 조언하고 지원하는 취지”라며 “현재 회사의 위상과 반도체 사업 등을 고려해 합류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세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임원들을 대상으로 1대1 심층 면담도 진행했습니다. 곽노정 대표를 제외한 전 임원이 대상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개별 임원을 만나 사업 현황과 향후 과제 등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 측은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한 과제를 점검하고 부회장단이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지난 7월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CEO를 제외한 전 임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면담은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2012년 이후 14년 만입니다. 당시 하이닉스는 SK그룹에 새로 편입된 직후로, 최태원 회장이 임원들을 직접 만나 사업 현황과 조직 내 문제점 등을 들으며 새 식구가 된 하이닉스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당시 그룹의 기존 주력 계열사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이었고, 하이닉스는 막 그룹에 편입된 새 계열사였습니다.
 
하지만 14년 만에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선두 업체로 올라섰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로 1위입니다. 삼성전자가 33%, 마이크론이 18%로 뒤를 이었습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40억달러를 투자해 HBM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연구개발(R&D) 시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총 800조원을 투자해 호남권에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할 계획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반도체 프로젝트의 주축인 사업자입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했습니다. 2012년 면담이 인수 직후 조직을 파악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면담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각 조직의 현안과 향후 과제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SK하이닉스는 이미 SK그룹의 간판 기업”이라며 “부회장단이 임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는 것은 중요한 소통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계속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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