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지산 공실대란)④오피스텔로 바꾸라지만…지산 공실 해법 될까
정부, 지산 오피스텔 전환으로 공실 해소 추진
2027년까지 주차장 규제 완화·금융지원
입지·공사비·소유관계 따라 전환 가능성 갈려
2026-09-29 06:20:00 ㅣ 2026-09-29 06:2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22일 19:5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혁신의 거점으로 공급된 지식산업센터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각한 공실에 빠졌다. 부동산 호황기 실제 입주 수요를 웃도는 공급이 이어진 데다 세제·금융 혜택을 노린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산업공간이 사실상 투자상품으로 변질된 결과다. 시장이 꺾이자 미분양에 더해 잔금을 치르지 못한 미입주 물량까지 쌓이면서 부실 위험은 시행사와 시공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거쳐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일반공업지역 내 지식산업센터의 오피스텔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지와 산업기능, 기존 입주기업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주거 전환은 또 다른 공급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란이 어디서 시작됐고 금융 리스크가 어떤 경로로 확산하고 있는지 추적하는 한편, 시장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정부가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의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오피스텔 전환'을 해법으로 꺼냈다. 일반공업지역 내 지산의 주거 전환 규제를 풀어 공실을 줄이고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해당 해법은 주거 수요 입지, 리모델링 비용, 건물 구조, 기존 소유주의 이해관계 등의 장애물이 적지 않다. 사업장별 여건에 따라 전환 가능성을 가려내는 것이 정책 효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남양주 별내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현장 (사진=IB토마토)
 
쌓이는 공실에 '주거 전환' 카드…지산도 오피스텔로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공실 상가와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시설을 주거시설로 바꿔 향후 2년간 1만 5000호, 2030년까지 3만 3000호 이상을 공급한다. 새로 주택을 짓는 것뿐 아니라 준공됐지만 비어 있는 건물을 활용해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올해 2000호 규모의 비주거시설을 주거시설로 우선 리모델링하고 이후 사업을 확대한다.
 
지산이 대상에 포함된 점은 눈 여겨볼 만하다. 정부는 공실률 등 여건을 따져 일반공업지역 내 지산을 오피스텔로 바꿀 수 있도록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전용면적 30㎡ 미만 준주택으로 바꿀 때는 추가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도 2027년까지 면제한다.
 
일반공업지역은 본래 공장과 제조업 등 산업시설을 수용하기 위한 지역인 만큼 주거 기능을 갖춘 오피스텔로의 전환이 제한돼 왔다. 지식산업센터 역시 기업 입주를 전제로 지어진 시설이어서 공실이 발생해도 주거시설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한시적으로 규제를 푼 것도 산업시설 수요가 줄어 장기간 비어 있는 공간을 소형 주거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주차장 규제를 함께 완화한 것 또한 같은 이유다. 지산을 여러 개의 소형 오피스텔로 바꾸면 기존보다 필요한 주차면이 늘어날 수 있지만, 준공된 건물은 주차장 추가 확보가 쉽지 않다. 전용면적 30㎡ 미만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추가 주차장 설치 의무를 면제해 사업 부담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기업이 입주하지 않아 비어 있는 지산 중 여건이 되는 곳을 오피스텔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용도 규제와 주차장 설치비, 리모델링 비용 등 오피스텔 전환 부담을 일부 낮추주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산의 용도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공실이다. 최근 준공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분양이 끝나도 실제 입주가 늦어지거나 시행사 보유 물량이 남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신규 공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미 시장에 나온 공실을 해소하기 어려워 비어 있는 공간에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일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비아파트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정부의 정책적 필요 역시 맞물렸다. 새 건물을 짓는 데는 인허가부터 착공·준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기존 상가나 오피스·지식산업센터를 주거시설로 바꾸면 이미 지어진 건물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1인 가구 등을 겨냥한 소형 주거시설로 전환할 경우 지식산업센터 공실을 줄이는 동시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실 상가와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시설의 주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금융지원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며 "비주거시설을 준주택으로 리모델링하거나 용도를 전환하는 사업자에게 기금대출과 보증을 지원해 자금조달을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풀어도 모두 바꿀 순 없어…입지·사업성 따라 '선별 전환'
 
규제를 풀었다고 해서 비어 있는 지산 모두를 오피스텔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입지 여건을 따져봐야 한다. 통상적으로 일반공업지역에는 공장이나 물류시설이 밀집한 곳이 많아 화물차 통행이나 소음 등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로 전환하더라도 실제 주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실 문제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건물 수리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도 미지수다. 지산은 처음부터 사람이 살기 위한 집이 아니라 기업이 사무실이나 공장으로 쓰도록 지어졌다.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호실 내부뿐 아니라 물을 쓰고 빼는 시설이나 환기시설 등을 손봐야 할 수 있다. 정부가 주차장 규제를 풀어주고 리모델링 비용도 지원하기로 했지만, 건물을 뜯어고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면 굳이 오피스텔로 바꿀 이유가 줄어든다.
 
소유주가 여러 명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산은  한 회사가 건물 한 채를 통째로 가지고 있는 경우보다 호실별로 여러 기업이나 개인에게 분양된 경우가 많다. 한 건물에서도 어떤 호실은 기업이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바로 옆 호실은 비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빈 호실만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기존 입주기업이나 다른 소유주와의 이해관계도 따져봐야 한다. 같은 건물 안에 공장과 사무실, 주거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데 따른 관리 문제도 생길 수 있다.
 
해당 소유구조는 지산이 애초 호실별 분양을 중심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건물을 지은 뒤 기업이나 개인에게 각 호실을 나눠 분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준공 이후에는 수백 명의 구분소유자가 생기기도 한다. 부동산 호황기에 임대수익을 기대한 투자자까지 분양에 참여하면서 소유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 건물 전체가 비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 공실을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소유주와 입주기업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규제가 풀린다고 모든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역세권인지, 주변에 주거 수요가 있는지부터 봐야 하고 건물을 고치는 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따져 사업성이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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