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불황형 흑자·높은 체감물가..한국경제 '질' 악화
2012-06-01 21:58:58 2012-06-01 21:59:2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앵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무역수지는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드는 등 이른바 '불황형 흑자'를 보였고요.
물가 또한 지표상으로는 안정됐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지표 뒤에 가려진 한국경제의 현실을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진아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오늘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경제지표들이 많이 나왔어요.
일단 무역수지를 보면, 지난달에 이어 흑자를 기록해서 지표상으로는 크게 나뻐보이지는 않는데..어떤가요?
 
기자: 네, 오늘 지식경제부에서 '5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는데요.
5월 무역수지는 수출 472억 달러, 수입 448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총 24억 달러 흑자로 집계됐는데요.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흑자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보면, 수출은 지난해 5월보다 0.4% 줄고,
수입도 1.2% 감소하는 등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보였는데요.
'불황형 흑자'란 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수출과 수입이
함께 둔화되면서, 특히 수입이 수출 감소량 보다 더 많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국내 무역수지가 이렇게 불황형 흑자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기자: 네, 가장 큰 이유는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대외 교역 여건이 좋지 않아서 그러는 것인데요. 현재 세계경제는 그리스 사태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의 재부각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국내 경제도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자본재 등의 수입마저 위축되면서 이같은 불황형 흑자를 보인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출의 경우 자동차부품과 일반기계 등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선박과 무선통신기기 등이 크게 감소했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선박은 17.4%, 무선통신기기는 무려 35.7%나 감소했습니다.
수입의 경우에도 자본재와 소비재뿐 아니라 고유가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원자재도  3월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총 수입이 작년 5월보다 1.2% 줄었습니다.
 
앵커: 네, 오늘 소비자물가도 발표됐어요. 물가 역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어떤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늘 통계청이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는데요.
5월 물가는 전월에 비해서는 0.2% 상승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때는 2.5% 상승에 그쳐 3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는데요. 지난해 연말까지 4%대의 고공행진을 한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는 비교적 안정 기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3월까지는 수요보다는 한파, 구제역, 국제유가 등 공급측의 문제가 많아 물가가 높게 형성됐는데요. 지금은 이러한 공급측의 제약요인들이 많이 해소돼 물가가 지표상으로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지표상으로는 물가가 안정되었다고 하지만, 제가 직접 마트나 시장 같은 곳에서 장을 보면 여전히 채소나 과일 등은 비싸 체감 물가는 높던데요. 지표상과 체감 물가간의 괴리가 높다는 지적도 들리던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물가가 수치상으로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나 5월 소비자물가에서는 장바구니 물가를 보여주는
채소와 과일 등의 신선식품이 급등해 더더욱 높게만 느껴졌을텐데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신선식품지수가 무려 13.9%나 뛰었습니다.
가격 변동폭이 큰 농축수산물도 작년보다는 7.4%나 상승했는데요.
브로콜리 같은 경우는 작년보다 114.5%, 배추는 96.1%, 고춧가루는 75.1%나 올랐습니다. 또 향후 물가 여건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요.
유럽 리스크가 커지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나 공공요금, 농축수산물 등 물가 불안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지표상으론 한국 경제에 서서히 '빛'이 보이는 것 같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늘'이 많은데.. 경기가 서서히 회복돼 상저하고의 경기 전망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아직은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라고 말하기에는 이른데요. 어제 발표된 산업활동동향 같은 경우에도 생산과 소비 부분에서는 다소 전월보다 개선됐지만 증가폭이 미미했고, 지난 3월 지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커 경기가 여전히 둔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발표된 수출입 동향이나 소비자물가 동향의 경우에도,  수치상으로는 나아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유로존 위기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상저하고의 전망도 상저하저의 전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의 한국 경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고 추운 상태를 의미하는 '춘래불사춘'의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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