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노키아', 마지막 희망은 '윈도'
자체OS '심비안' 고집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포기.."혹독한 대가"
2012-07-20 10:30:47 2012-07-20 10:31:28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전설로 사라질 것인가. 휴대폰의 대명사 노키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심지어 '몰락'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노키아는 19일(현지시간) 참담한 2분기 성적표를 시장에 내놨다.
 
2분기 순손실이 무려 14억1000만유로에 달했다. 전년 동기(3억6800만유로) 대비 4배가량 급증했으며, 시장 예상치 6억5000만유로의 2배를 웃도는 손실이다.
 
매출액은 75억4000만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92억8000만유로)에 비해 19%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73억6000만유로)를 소폭 상회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극심한 부진의 원인은 '스마트폰'에 있다.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102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급감했다. 스마트폰 매출액 역시 15억4000만유로로 34% 감소했다. 일명 피처폰이라 불리는 일반 휴대폰에서 7350만대를 팔아 체면을 세웠다지만 수익성 개선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야심작 루미아를 시장에 내놓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으나 애플과 삼성, 양강 구도의 벽을 허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노키아의 이런 추락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선택의 실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신 보급형에만 집중한 것도 전략적 오류였다.
 
뒤늦게 자체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버리고 MS의 '윈도'로 갈아타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ios(애플)와 안드로이드(구글)로 구축된 시장은 쉽사리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출시한 루미아900은 채 3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절반 이하로 판매가를 낮춰야만 했다.
 
노키아로선 더 이상 자구책이 마땅치 않은 벼랑 끝에까지 몰린 것이다.
 
참담한 심정은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의 성명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3분기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영업 현금 흐름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털어놨다.
 
조직개편을 동반한 구조조정도 시행키로 했다. 노키아는 내년 말까지 직원 1만명을 감원하고 비핵심 자산 일부를 처분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16억유로를 절감할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엘롭은 "노키아는 지금의 전환기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윈도폰8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윈도8을 탑재한 최종 구원투수는 올 4분기 등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키아에 머물렀던 경쟁사의 시선도 이탈 흐름이 뚜렷해졌다. 더 이상 주요 경쟁상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 노키아는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삼성전자(005930)에게 내준 지 이미 오래다.
 
2008년 40%에 달하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9%로 급감했으며, 올 2분기엔 삼성과의 판매율 격차가 1570만대로 벌어진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20일 "솔직히 과거 노키아란 이름은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면서도 "이제 시장 지배력은 고사하고 수익성 개선에 급급한 실정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4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거두고 있고, 삼성도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20% 초반대를 거두고 있다"며 "수익률에 있어서 피처폰은 스마트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핀란드 헬싱키 증시에서 노키아는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특허권 수입과 MS의 후원 등으로 현금 사정이 개선된 점, 윈도폰8 출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11.96% 폭등했다.
 
마지막 불꽃이 되지 않기 위한 전설의 피나는 몸부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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