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재벌, 총수일가 소유 비상장사에 일감 집중.."사익편취"
2013-06-20 13:34:59 2013-06-20 14:27:31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감춰져 있던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드러났다. 총수 일가 지분이 50% 이상으로, 사실상 총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비상장사에 모그룹의 내부거래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해당 비상장사는 매출 대비 10.1%에 달하는 높은 순이익률을 내고 있었다. 여타 계열사 전체 평균(5.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이익률이다. 특히 이들 비상장사에 대한 내부거래 비중이 57.5%에 달해, 이 역시 전체 평균(30.2%)보다 무려 27.3%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일 내놓은 ‘5대 재벌 특수관계자 거래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교 실태분석’에 따르면, 먼저 조사 대상이었던 5대 재벌 가운데 SK(22.0%), 현대차(20.7%), 롯데(14.2%), LG(13.7%), 삼성(12.8%)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SK그룹이 불명예 1위에 오른 이유로 경실련은 34조원 규모에 달하는 계열사 간 전체 내부거래의 절반 이상을 SK에너지가 차지(18조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수직계열화를 위해 에너지 관련 여러 자회사들을 보유 중이며, 이들과의 내부거래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의 경우 에스코어와 내부거래 비중이 100%에 달했으며, 현대차 또한 현대도시개발, 현대엠시트, 에이치엘그린파워 등과 100% 내부거래를 하고 있었다. SK는 네트웍오앤에스와, LG는 에이치에스앤드, 아인텔레서비스와, 롯데는 롯데로지스틱스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97%를 상회하는 등 이와 비슷했다.
 
이중 현대도시개발, 현대엠시트, 에이치엘그린파워, 네트웍오앤에스, 아인텔레서비스는 모그룹 주력업종의 수직계열화 자회사였다. 에스코어는 컴퓨터시스템통합(SI)업을 영위하는 삼성SDS 자회사이며, 에이치에스앤드는 LG그룹의 광고로 살아가는 자회사였고, 롯데로지스틱스는 롯데그룹의 유통 전반을 담당하는 물류 자회사였다.
 
또 그룹별로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이 55.0%로 가장 높았고, 이어 LG(49.3%), 현대차(44.6%), SK(43.6), 롯데(15.9%) 순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로 지정되지 않은 총수 일가 소유 회사와의 내부거래 등을 확인하기 위해 특수관계자 거래를 살펴본 결과라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삼성의 경우 스테코(102.2%), 에스코어(100.3%), 에스엘시디(100.1%) 순이었으며, 현대차는 현대도시개발(102.9%), 위아마그나파워트레인(101.4%), 케피코(100.5%), 현대엠시트(100.1%), 그린에어(100.0%) 순이었다. SK는 피에스앤마케팅(103.3%), 네트웍오앤에스(100.0%)였고, LG는 에이치에스애드(136.7%), 아인텔레서비스(100.0%), 롯데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100.0%)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 일가 소유지분이 50~100%에 달하는 비상장사의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10.1%로 전체 평균(5.8%) 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또 이들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57.5%로 전체평균(30.2%)보다 27.3포인트 높았으며,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 역시 58.4%로 전체평균(46.8%)보다 11.6포인트 높았다. 경실련은 “이는 총수 일가 소유지분이 높은 기업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대 재벌그룹의 총수 일가 소유 지분율이 50~100%에 달하는 비상장 계열사는 모두 8개사였으며, 이중 이노션의 경우 현대차 그룹 총수 일가 지분 비중이 100%였다. 이노션은 현대차 그룹 내 광고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비롯해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각각 47.7%, 49.7%에 달했다. 또 매출 대비 당기순이익률은 무려 23.3%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이익을 내고 있었다.
 
롯데의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그 정도가 심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0%였으나 특수관계자 거래가 100%로 나타나,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딸인 영자씨가 대주주로 있으며,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자본금 5억원의 회사다.
 
특히 이 회사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살펴보면, 비엔에프통상이라는 기업과 12억원의 매출거래가 있었으며, 이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의 유일한 매출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점은 비엔에프통상은 신영자 씨의 아들이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손자인 장재영 씨가 100%지분을 소유한 회사라는 점. 즉 어머니 회사와 아들 회사 간의 내부거래가 매출의 전부를 이루는 구조였던 셈이다.
 
총수 일가 지분이 40~50%에 달하는 상장사인 SK그룹의 에스케이씨앤씨(48.5%)와 현대글로비스(43.4%)는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무려 83.4%에 달하기도 했다. 이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 48.5%보다 34.9%포인트 높은 것으로,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 전체 평균치인 46.8%보다도 36.6%포인트 높았다.
 
현대글보비스의 경우 감사보고서 확인 결과, 기타특수관계자거래가 무려 6조원에 달했으나 세부 내역이 누락돼 있어 특수관계자별 구체적인 거래금액 파악은 어려웠다고 경실련은 전했다.
 
경실련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서 이처럼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과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 차이가 큰 경우,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차이가 현격한 주요 계열사로는 삼성전자, 현대글로비스, 에이앤티에스, LG,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등이 있었다. 이중 삼성전자는 이건회 회장 일가 소유 지분율이 4.1%에 그쳤으나 거래 비중 차이는 88.3%포인트에 달했다.
 
경실련은 이에 일감 몰아주기의 실효적 규제를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경실련은 먼저 현행 부당 내부거래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23조 7항의 ‘부당성’을 구체화하고, ‘현저히’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지원 객체에도 부당지원 행위를 받지 않을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경제력 집중 억제를 다루는 공정거래법 제3장에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규정을 신설함과 동시에 친인척 계열사에 대한 분리 관리 및 직권조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재벌그룹들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방안을 놓고 여야가 입법화를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실련은 “이 같은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 행위는 건전한 경영활동을 벗어나 재벌 총수 일가의 그룹 소유권을 실제 소유지분보다 강화하고, 배당을 통한 사익 편취와 관련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 5대재벌(삼성, 현대차, SK, LG, 롯데)의 계열사 중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계열사 281곳(2012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자료 기준)을 대상으로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로 경제민주화가 시대과제로 자리하면서 재벌그룹들이 잇달아 일감 몰아주기로 지목돼 온 계열사들에 대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 시점에 대한 정확한 수치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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