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세원확대`라 쓰고 `서민증세`라 읽는다
2013-08-09 10:00:00 2013-08-09 10:06:50
정부가 ‘2013년도 세법개정안(세제개편)’을 발표했다. 필자의 부서원 중 기획재정부를 담당하는 기자 둘이서 세제개편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이러하다.
 
기자1 : 어휴. 이번 주도 또 기사 엄청 쏟아내야겠네. 이번 개편의 핵심이 도대체 뭐야?
 
기자2 : 뭐, 이것 저것 있지만, 아무래도,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뀐다는 게 아닐까 해.
 
기자1 : 연말정산이랑 '13월의 월급' 액수에 변화가 생기는 거네. 말 그대로, 소득공제는 세금산출의 바탕 모수가 되는 과세소득을 줄여주는 거고, 세액공제는 내야 하는 세금 자체를 줄여주는 개념이라고 보면 되는 거지? 그런데, 굳이 그렇게 바꾼 이유는 뭔데?
 
기자2 : 저소득층을 배려한 변화라는 게 의의라고 봐. 소득공제 방식이면 고소득자는 저소득자 대비 세율이 높으니, 과세대상 소득금액을 줄여주면 곱해지는 높은 세율만큼 혜택을 보니까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돌려받는 돈이 더 많아지는 구조야. 하지만 세액공제는 세금을 직접 깎아주는 거니까 같은 금액을 깎아줘도 납세액이 적은 저소득자 쪽이 총 세액 대비 감액되는 비중이 더 크고 실질적으로 감면 혜택을 보는 제도라고 이해하면 돼.
 
기자1 : 조세공평성도 더 개선되고, 세금 자체도 줄어드는데, 왜 월급쟁이들에게는 마이너스라는 불만이 오히려 많은 거야?
 
기자2 : 일단, 표면적으로는 좀 더 공평한 방향으로 가는 거 같은데, 문제는 그 '세금 더 내야 할 사람' 범위에 실상은 감면 혜택이 절실한 '살기 팍팍한 근로자들'이 대거 들어가게 된 것 때문이라고 보면 될 거 같아. 정부가 이번에 중산층으로 정의한 '연수입 3450만원'이라는 기준이라는 게 정말 기꺼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중산층에 맞는 기준인가 싶거든.
 
독자 여러분들은 이해가 잘 되시는지, 그리고 이번 세제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부에서 내세운 의도는 좋은데 월급쟁이들은 불만이다? 한국의 `중산층`은 누진세율 개념을(요즘 야구 좀 본다는 사람들이 하는 우스갯소리처럼 여섯 자로 줄여서 `많벌많 적벌적`) 거부하는 탐욕의 집단인가?
 
필자의 판단에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연소득 약 3450만원 이상의 개인, 즉 전체 근로자의 28% 정도만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지만 현실은 다르다.
 
공제방식 변화의 영향은 전체 근로자 1550만명 중 아예 세금을 안 내는 과세미달자는 제외한, 세금을 내는 990만명이 받는 것이고,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약 400만명이 내년부터 세금을 더 내게 되므로 세부담 증가자의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안 그래도 유리알 지갑인 근로자들인데 `세원 확대`라 쓰고 `서민 증세`라 읽는 아이러니라니.
 
게다가, 종교인 과세, 공무원 직급보조비에 대한 과세 등으로 세수확대를 추진한다고는 하나, 이는 생색 내는 수준이고, 비과세·감면 중에서도 덩어리가 큰 기업 관련 세제는 제대로 손도 못 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추가확보될 세금은 2조49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당초 공약가계부에서 135조원의 공약재원 중 48조원을 5년간의 국세수입에서 충당하기로 했고 내년 목표치가 7조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세제개편의 효과는 약 5000억원 수준에 그치는 셈이어서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과세·감면 정비로 지금까지 받던 혜택이 일부 줄어들게 된 분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을 지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비과세·감면 정비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과 어려움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건 숫제 정부의 무능을 그저 너그러이 봐줍쇼 하는 서글픈 읍소로 들린다.
 
유달리 무더운 요즘, 뜯어보면 볼수록 미흡한 세법개정안 때문에 더 덥고 지치게 됐다. 조상들의 이열치열 지혜를 전파하고 싶었던 걸까.
 
정책추진력이 가장 강력한 집권 첫 해의 세제개편이기에, 시원한 바람 같기를 기대했건만, 시원하기는 커녕 불쾌지수만 높이는 열풍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시, 냉수 먹고 속 차렸다. 정부의 행보 하나 하나를 더 날카롭게 주시해야겠다.
 
김종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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