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vs 조선일보 소송, 누가 유리할까?
'입증책임' 채동욱 총장에게 있어..유리한 위치 아니다
유전자 감식 사실상 어려워..간접증거서 결론 날 수도
2013-09-24 18:02:17 2013-09-24 18:05:5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혼외자’ 의혹 보도에 대해 채동욱 검찰총장이 24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사건이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번 사건은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과 법무부의 검찰총장 감찰, ‘채 총장 찍어내기’ 청와대 배후설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채 총장과 조선일보간 법정공방이 그 어느 사건보다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정보도청구등의 소는 접수 후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행규정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법원으로서도 신속히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쟁점은 친자의 진위여부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이보다 먼저 정리되어야 하는 것이 입증책임을 누가 지느냐 하는 것이다.
 
◇대법원 "정정보도청구소송 입증책임은 청구인"
 
대법원은 통상의 정정보도청구소송의 경우 입증책임을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원고측에게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채 총장이 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특정사실의 부존재’, 즉 혼외자가 없다는 사실을 다투는 사건에서는 원고측에게 그같은 사실을 입증하라는 것이 가혹하다는 판단에서 대법원은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때문에 조선일보가 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소명자료를 내고 이에 대해 채 총장이 반대 자료를 내 신빙성을 깸으로써 혼외자가 없음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재판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결론내기 위해서는 유전자 감식이 가장 확실하고 종국적이다. 그러나 강제할 방법이 없어 실현가능성을 두고는 여러 전망이 엇갈린다. 법무부의 감찰을 두고도 시작 전부터 대검찰청 간부들로부터 ‘감찰 무용론’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속전속결로 사건을 끝내려는 채 총장의 입장에서도 ‘유전자 감식’이 사실상 이번 사건의 열쇠다.
 
채 총장은 소송 제기 전 별도의 입장발표를 통해 친자로 지목된 채모군(11)의 어머니 임모씨(54)에게 "조선일보사에서 지목한 해당 아동 측에 혹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저로서는 알 수 없으나, 혼란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에 응해 주실 것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채 총장 법원에 감식 신청 '공신력' 얻겠다는 전략
 
채 총장은 이와는 별도로 소장에서 “유전자 감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유전자 감식은 법원의 결정 없이도 진행할 수 있지만 채 총장이 법원의 결정을 받겠다는 것은 그만큼 공신력을 얻겠다는 것이다.
 
유전자 감식 신청을 받은 재판부는 통상 병원을 지정해 감식을 진행하지만 당사자들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임씨나 채군이 불응할 경우 유전자 감식은 불가능하다.
 
◇이헌규 법무법인 삼우 변호사 사무실 직원 이기석씨가 2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민원실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의 조선일보 상대 정정보도 청구 소송 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친자 진위여부와 관련해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할 경우 예상되는 것들이 간접증거들을 앞세운 공방이다.
 
채 총장과 채군이 친자임을 법관이 강하게 추정할 수 있는 정도의 간접증거로, 예를 들면 채군 돌이나 생일, 유치원 졸업, 초등학교 입학 등 기념일에 같이 찍은 사진이나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생일선물 등이다.
 
이런 간접증거에 대한 입증책임은 조선일보에게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즉 조선일보가 채 총장과 채군 혹은 채 총장과 임씨 사이에 오간 친자관련 증거물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군 모친 임씨의 편지 유력한 간접증거
 
임씨가 언론사 등에게 보낸 편지 역시 유력한 간접증거로 보는 견해도 있다.
 
언론관련사건 전문변호사인 안상운 변호사는 “당사자로 지목된 임씨가 사실을 명확히 부인한 만큼 이를 탄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굳이 유전자 감식까지 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조선일보측에서는 편지가 허위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은 조선일보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중요 변수가 될 법리적 쟁점은 조선일보가 보도한 것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 사항인지 ▲진실이나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취재진이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했는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 되는지 등이다.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법조계 '공익성' 두고 의견 분분
 
채 총장이 공인임에는 틀림 없지만 ‘혼외자 의혹’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해당지에 대해서는 여론이 분분하다.
 
언론분야를 연구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공공의 이익’은 직무관련성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며 “수사대상인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도 아닌 사생활 문제에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은 있더라도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언론중재 쪽 일을 많이 맡아온 중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도 “도덕적 비난 가능성과 공익성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며 “누구보다도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직무가 검찰총장이지만 이를 확대해서 사상활까지 직무관련성을 인정해 공공의 이익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보아도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생활 역시 ‘공공의 이익’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명예훼손 사건을 많이 다뤄 온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이번 문제가 채 총장의 인사청문회에서 터졌다고 생각했을 때 청문회를 통과했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검찰총장이라는 상징적인 직무를 하기 위해서는 사생활 역시 공공의 관심, 공공의 이익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공의 이익’, 즉 공익성 외에 문제되는 중요 쟁점이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유전자 감식결과가 두 사람이 친자로 나온다면 문제될 리 없지만 친자가 아닌 것으로 나오게 되면 조선일보측으로서는 이 부분을 집중 방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물론 입증책임은 조선일보측에 있다.
 
이 부분이 정작 중요한 것은 ‘진실하다고 믿는데 정당한 사유’가 어디에 근거하는지, 즉 ‘소스’의 출처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채 총장의 혼외자 의혹 보도 이후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나 청와대까지 배후설에 휩싸여야만 했다. 조선일보측이 채군과 채 총장의 관계를 보도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학적부, 가족관계기록부, 출입국관리 기록 등은 언론사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내밀한 개인정보다.
 
◇재판 과정서 '배후' 드러날 수도
 
조선일보측으로서는 재판과정에서 이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진실하다고 믿는데 정당한 사유를 제공한 출처를 간접적으로나마 제시해야 한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후설이 사실이라면 그 ‘배후’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취재진이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했는지’ 여부도 관건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최초 보도부터 핵심 당사자인 채 총장과 임씨의 입장이나 발언을 인용하지 않았다.
 
채 총장도 소장에서 “‘검찰총장이 10여년간 한 여성과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11세의 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왔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면서 원고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단 한차례도 확인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Y씨(임씨)에게도 일체의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채 총장이 재판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격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선일보측이 어떤 전략으로 방어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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