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부모·한의사가 보는 '게임중독법' 문제점은?
2013-12-12 08:39:09 2013-12-12 08:42:56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게임중독법) 발의로 촉발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다.
 
지난 11일 저녁 서울시 선릉역에 위치한 디캠프에서는 ‘게임은 문화다, 게임 마약법 반대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학부모 방승준씨, 강용헌 한의사 등이 패널로 참여해, 한국사회에서 게임을 둘러싼 갈등의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이들은 게임이 중독성이 있고 그동안 게임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과를 인정하면서도, 게임중독을 '병'으로 취급해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은 올바른 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디캠프에서 열린 '게임은 문화다' 대토론회에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사진=최준호 기자)
 
진중권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게임포비아(게임공포증)는 과거 동성애를 금기시하던 신학·의학적 접근과 꼭 닮았다”며 “기독교 단체들이 게임중독을 ‘악’이라고 떠든 이후에 정신과 의사들이 ‘병’으로 규정해 아이들을 자신들의 권력 밑으로 넣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게임포비아를 주도하는 세력인 보수정치권·학부모·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사들은 아이들이 힘든 진짜 이유가 게임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들 집단이 가지고 있는 강박관념 때문에 아이들의 모든 문제가 ‘게임’때문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게임중독에서 치료할 것이 아니라, 지난 2005년부터 계속해서 중독적으로 게임규제법안을 발의하는 이들 집단을 치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설가로도 유명한 이인화 교수도 “게임중독자의 뇌가 약물중독자의 뇌와 같다는 일부의 주장은 ‘지적사기’에 가깝다”며 “브레인(뇌)와 마인드(마음), 소울(영혼)은 서로 다른데 이를 동일시해서 생기는 오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많은 작가들이 소설을 쓰다 보면 일순간 정말 미친듯이 글이 써내리는 순간을 경험하는데, 이때 이들의 뇌를 보면 간질환자와 거의 유사하다”며 “그렇다고해서 소설가들을 모두 간질환자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업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가들을 간질환자 취급해 의료기관이 관리할 수 없는 것처럼, 게임중독현상을 병으로 취급해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며 “오히려 법적인 통제는 청소년들이 개인의 감정과 욕구를 자기 스스로 조절할 능력을 빼앗아, 성인이 된 이후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정태 성균관대 교수(가운데)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 등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사진=최준호 기자)
 
의학계를 대표해 토론회를 참석한 강용원 한의사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일본에 우울증 약을 팔기위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광고했듯이, 서양의학에서 병명과 증상을 정의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며 “이번 법안에서 굳이 게임중독을 병으로 지정하려는 진의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진정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법안이 아니라,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수탈적인 법안이라는 설명이다.
 
또 게임중독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청소년들을 정신을 억압하는 현실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실제 학부모의 호소도 이어졌다.
 
학부모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방승준씨는 “게임중독을 논하기 전에, 실제 수많은 아이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는 학부모들의 ‘성적중독’이 더 큰 문제다”며 “우리 부모들은 성적중독에 빠져 아이들을 사교육의 장으로 내몰고, 연애를 포함한 모든 문화생활을 아이들의 방해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입장에서 다양한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한 방승준씨에게 이날 가장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사진=최준호 기자)
 
방 씨는 “게임뿐만 아니라 청소년기에 아이들이 여러가지 문화생활을 접해보고, 스스로 자기욕망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도와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을 해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기획한 김정태 성균관대 교수는 “이 자리는 게임을 옹호하려고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게임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다음에는 자리를 더 넓혀 게임규제법에 찬성하시는 분들도 꼭 모시고 싶다”고 토론회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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