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이어 약사회마저..의료총파업 동력상실?
2014-02-07 16:54:04 2014-02-07 16:57:53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의-약간 대립으로 내달 3일 의료계 총파업에 비상이 걸렸다. 의료계는 늦어도 이달 19일까지 정부와의 협의체인 의료발전협의회에서 절충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파업 일정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와의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실상 파업은 불가피하다는 게 의료계 내부 기류다. 정부 측 역시 극적 타결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때문에 의료계로서는 파업 실행을 위한 내부 결집과 함께 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병원협회에 이어 대한약사회까지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각각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전선 또한 흐트러졌다는 분석이다.
 
의사협회는 지난 4일 의료발전협의회 2차 비공개 회의에서 원격진료와 영리 자회사 설립 등 기존 의제 외에 의료수가를 포함한 전반적 의료정책의 개선을 요구했다. 아랫돌 빼서 윗돌 빼는 식으로는 갈등만 깊어질 뿐, 문제의 본질에 천착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의사협회는 이 과정에서 원격진료를 시행할 경우 약국이 아닌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직접 택배로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배송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사회로서는 밥그릇을 의사들에게 빼앗기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앞서 약사회는 지난달 약학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해 의사협회의 제보가 있었다는 보도가 사실일 경우 상호 공조체제를 파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보건의료계를 대표하는 의사협회가 약학정보원 압수수색과 관련해 제보를 했다면 이는 ‘꼼수’이고 ‘보건의료인 전체의 명예에 상처를 남기는 자살행위'라는 극단적 표현을 동원했다.
 
약사회는 “의사협회가 진정 보건의료단체와의 협력관계를 원한다면 의사 대표집단으로서 내부의 이견들을 설득하고 모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길 바란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의사협회를 제외한 보건의료단체와의 의견을 모아 의사협회를 배제한 공조체제를 별도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의사협회와 총파업 공조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여타 보건의료단체도 술렁이는 눈치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6개 보건의료단체가 사상 처음으로 한 뜻이 되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저지하기로 했다”면서 “정부와 협의 중인 중요한 시점에 세가 갈라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료민영화 공동투쟁을 선언한 의협과 약사회의 공조가 깨지면 정부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고, 오히려 원격진료와 법인약국을 추진하는 정부를 도와주는 양상이 된다”며 “정부 입장에서 보면 보건의료단체가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는 각 단체와 소통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약사회는 의협을 국민적 심판대에 세우겠다며 각을 세웠고,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이용진 의사협회 기획부회장은 “너무 예민하고 성급한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또 공조 파기가 아닌 ‘탈퇴’며 현재 6개 보건의료단체들은 탈퇴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화에 힘썼다.
 
그는 “의료발전협의회를 통한 협의과정은 공개한다는 입장”이라며 “의약품 택배 배송이 구체적으로 협의가 된다면 협의회에서 약사회의 입장을 들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병원 관련 현안이 구체화된다면 병협이 협의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약사회는 탈퇴를 선언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저지하기 위해 의협과 함께 적극적으로 반대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원격의료는 약사회 내부에서도 반대 입장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면서 “장거리 대형약국을 통해 의약품 배송이 이뤄질 경우 동네약국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약사회가 의협과 공조한 것도 법인약국 설립 허용을 저지하기 위해서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정부 주장대로 도서벽지 주민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원격진료가 편의성을 제공하려면 원격조제(의약품 택배)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 뿐”이라며 “약사회가 현재까지 법인약국 반대 목소리만 내고 있지만 큰 틀에서 원격진료 추진을 저지하는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약학정보원 이의 제기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면서 “보완이 안 되는 전자처방전이 과연 옳은지,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의료영리화 저지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6개 보건의료단체 공동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국민건강권 수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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