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덕균 "아내와 아들, 팀에 내년 1군 승리 선물하고싶다"
2014-02-15 22:45:02 2014-02-15 22:48:45
◇KT 위즈의 투수 황덕균. (사진=이준혁 기자)
 
[인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2일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올해 나이로 서른이 넘은 선수가 옛 소속팀을 상대로 3이닝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한 경기가 열렸다. 그 선수에겐 건재한 실력을 알린 귀중한 호투로, 이날 경기는 많은 프로야구팬의 화제를 모았다. 바로 KT와 NC의 경기다.
 
지난해 KT 위즈에 트라이아웃 과정을 거쳐 들어간 황덕균(30)은 아직 꿈이 많다. A급 선수는 아니지만 아직 꿈이 있는 그에겐 방출이란 아픔도, 적잖은 나이를 먹고 겪어야 했던 트라이아웃이란 입단 과정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하나의 작은 순간이다. 
 
야구를 하면 할 수록 아는 게 더욱 늘어가고 배울 것도 더욱 많아지게 된다는 황덕균. 미국 애리조나 1차전지훈련을 종결짓고 한국으로 와서 몸풀기 훈련 중인 그를 KT의 인천 인하대 훈련장과 숙소인 인천 로얄호텔에서 14일 만났다. 다음은 황덕균과의 일문일답.
 
- 어제(13일) 딱 하루 주어진 휴식일이었는데 무엇을 했나.
 
▲아내와 함께 밥 먹고 아들도 보고 선물도 줬다.
 
- 선물은 오늘(14일)이 '발렌타인데이'라 준 것인가. 어떤 선물을 줬나.
 
▲그런 것도 있고, 아내가 아들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미안한 마음을 느낀 것도 이유다. 남들 앞에서 자랑할만한 지갑을 줬다.
 
- NC를 거쳐 KT로 왔다. 트라이아웃을 통해서 왔는데 통과되고 기분이 어땠나.
 
▲좋았다. (스카우트)팀장님께서 저녁 11시 넘어 전화줬는데, 마치 FA(자유계약선수)를 팀에 들이는 순간처럼 정성껏 말씀하셨다. 무엇보다 다시 운동을 할 수 있고 잘 할 것이란 좋은 희망을 주셨다. 내게 힘이 됐다. 다른 일을 하려고 마음을 거의 굳힌 상태였는데 마음을 고쳐먹었다.
 
- 어떤 일을 하려고 했나. 야구와 관련 없는 일인가.
 
▲야구와 관련된 일이다. KT에 오기 전까지 있던 NC에서 스카우터 자리를 제시했다. 아무래도 팀의 전력이 탄탄해진 상황에 내가 여러모로 기량이 떨어지니 선수보다 스카우터 업무가 낫다고 본 것이다. 당시 NC에게 무척 고마웠다. 아이가 있는 가장으로서 계속 벌이를 할 기회를 준 것이니 말이다. 당시로서는 (NC의 스카우터로 가는 결정에) 90% 정도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 그런데 결국 스카우터가 아닌 선수를 택했다.
 
▲처음에는 혼자 고민을 했다. 그런데 아내에게 얘기를 하니 "돈은 생각하지 말고 도전하고 싶으면 다시 도전의 길을 택하라"며 격려했다. "인형 눈을 붙이는 일을 해도 좋으니 당신 꿈을 이루라"고 말했다. 고민 끝에 NC의 고마운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KT의 선수로서 새출발했다. 
 
- 정말 올해 그리고 내년 더 잘 되면 부인의 공이다.
 
▲물론이다. 아내가 지지해줬기에 이만큼 된 것이다. 그리고 더욱 잘 해야 한다. 부인의 응원에 보답하고 지금 크고 있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야구를 다시 시작한 것도, 학교(선린상고) 동기동창이던 첫사랑과 10년 가량 연락이 끊어졌지만 기어코 만난 것도 영화같다. 향후 내 삶의 영화가 '해피엔딩'이라면 좋겠다.
 
- 올해 한 해를 1군이 아닌 2군서 뛰게 된다. 혹시 아쉬운 마음은 없나.
 
▲전혀 없다.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1군에서 뛰건 2군에서 뛰건 3군(재활군)에서 뛰건 프로야구 선수로 뛰는 것은 기량을 인정받은 좋은 선수란 의미다. 물론 당연히 1군이 목표다. 내년 시즌을 위해 2군서 정말 열심히 좋은 몸을 만들면서 계속 준비하겠다.
 
◇NC 시절의 황덕균. (사진제공=NC다이노스)
- 창단 팀이기에 힘든 점은 없나.
 
▲창단 팀이 쉽지 않다는 것은 지난해까지 NC의 선수로 뛰어 조금 안다. 덕분에 주변에서 "대체 왜 힘든 데로 가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계속 힘든 곳을 찾아간다고 느낀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산전수전 겪은 경험이 도움이 될 부분이 있다면 팀에게도 후배들에게도 아낌없이 나누려 한다.
 
- 그동안 KT의 훈련은 어땠나.
 
▲당연히 힘들다. NC 때도 김 감독님께서 강하게 훈련을 시켜서 힘들었지만 조 감독님은 더 많은 강훈련을 시키는 분으로 유명하지 않나. 손에 물집이 잡히고 그 물집이 한겹 한겹 뜯어질 때 아프고 아팠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그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지난 시간을 보냈다. 나야 프로 생활을 했지만 다수는 어린 선수다. 그렇지만 기량이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처음이 힘이 들다고 느꼈던 많은 신인급 후배들도 보람을 느끼면서 끝까지 훈련을 즐겁게 받았다.
 
- 스스로 주는 미국 훈련 점수는.
 
▲90점 주면 맞을 것이다. 야구의 모르는 부분을 배웠고 오랜시간 훈련을 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특히 정명원 코치님의 지도가 무척 도움됐다. 야구의 새로운 부분에 눈을 떴다. 경기에 임할 때 투구 성격이 급했는데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변화구도 전에 비해 날카롭게 달라진 것 같다.
 
- 산전수전 겪은 선배로서 '잘될 것 같다' 생각이 드는 후배는.
 
▲내가 그런 것을 평가할 선수는 아닌 것 같다.
 
- 그래도 격려하는 차원에서라도 꼽아보면.
 
▲투수로서는 박세웅(1차지명)과 조현우(2차2지명), 양형진(2차5지명)이 잘될 것 같은 느낌이다. 타자로서는 문상철(내야수·특별지명)과 안중열(포수·특별지명), 김병희(내야수·특별지명)가 무척 열심히 했다.
 
- 혹시 후배들에게 평소 하는 말이 있나.
 
▲더 패기있고 더 활기차게 잘 하고 예의를 갖춰 행동하자고 이야기한다. 내가 기량을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창단 팀이 좋은 것이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NC에서 선수들을 보면서 '첫' 기록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이 무척 부러웠다. KT는 2015년 1군에 진입한다. 그리고 내게 그런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는 것이 행복하다. 그리고 함께 하는 후배들이 그런 멋진 기록을 쓸 기회가 생겼다는 자체가 꽤 행복한 일이다. 지금 후배들에게 그런 행복을 이야기하며 열심히 하자고 말한다.
 
NC도 KT도 새로운 팀이라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다들 착하고 열심히 한다. 이제 시작할 시즌이 무척 기대된다.
 
- 끝으로 하고픈 말은.
 
▲내년 1군에 올라 1승을 하고 싶다. 9이닝을 실점없이 막을 능력은 되지 않으니 많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을 1승을 하고 싶다. 하나의 1승 공을 만드는 것이 야구하며 드는 소원이다. 그것 하나를 위해 선수로서 이를 악물고 뛴다.
 
나는 실패를 많이 경험했다. 하지만 실패한 사람이 계속 실패하란 법은 없다. 이번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딛고 반드시 성공하고싶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을 가지며 이룰 것이다. 가족에게 정말 감사하고 기회를 준 KT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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