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려 강압조사 논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내부 언론에 첫 공개
'강압조사·진술유도'의혹 해명..'가려씨 논란' 후 시스템 바꿔
합신센터 측 탈북자들 입모아 "가려씨 강압조사 주장은 거짓"
2014-04-06 09:00:00 2014-04-07 09:21:08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당사자 유우성씨의 동생 가려씨는 1심에서 "오빠가 간첩이라고 했던 진술은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의 가혹행위와 위협 때문이었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가려씨의 진술은 이렇다 할 다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유씨의 간첩혐의를 뒷받침할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다.
 
그런 진술을 가혹행위를 통해 얻어냈다는 의혹이 나오자, 대공수사 및 수사기관에서의 피의자 인권 보장이 군사정권 당시로 후퇴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가려씨의 폭로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합신센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자연스럽게 합신센터를 거친 탈북자들의 증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소개됐다.
 
국정원측은 지난 4일 부정적인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며 합신센터로 서울중앙지검 기자단을 초청했다. 국가보안목표시설 최고등급 '가급'인 합신센터는 2008년 12월 개원 후 최초로 언론에 그 내부를 드러냈다.
 
가려씨의 증언과 기자가 합신센터를 직접 둘러본 결과를 토대로 가려씨가 어떻게 조사를 받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 재구성했다.
 
◇경기 시흥시 조남동에 있는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 전경. 국정원은 4일 합신센터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사진제공=국정원)
 
◇가려씨 독방, 달력도 없고 외부출입 통제
 
2012년 10월30일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가려씨는 바로 합신센터로 보내졌다. 11평 크기의 한 방에서 4~6명의 탈북자들은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데 가려씨 역시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 전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했다. 
 
가려씨는 얼마 후 5평짜리 방으로 옮겨갔다. 책상 하나와 싱글 침대가 있고 화장실이 딸려있는 독방이다.
 
합신센터 측은 이 방에 대해 "조사받는 5일 동안 탈북자들이 머무르게 되는 방"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들은 6시30분에 기상해 7시30분쯤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게 된다. 이어 오전, 오후에 각각 2시간 가량 조사를 받는다.
 
가려씨는 기자회견 당시 이 방에 대해 "달력도 없었고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유씨의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합신센터 측은 "위장탈북자들이 진술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달력에 날짜마다 자신들의 진술을 일일이 기록하는 경우가 있어 달력을 없앴다"면서 "가려씨가 있던 당시에는 탈북자들이 인터폰을 누르면 문을 열어주는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방에는 가려씨가 생활하던 때와 다르게 달력과 시계가 비치된 상태다. 조사를 받는 탈북자들에게는 카드키가 지급돼 자유롭게 방을 드나들 수 있었다. 가려씨의 주장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합신센터가 조사 대상자가 기거하는 이 방의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 유가려씨는 왜 CCTV가 있는 방에서 생활했나?
 
보통 탈북자들은 5일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얼마간의 공동생활을 거치고 사회정착을 위해 통일부 소속 하나원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가려씨는 달랐다.
 
중국 화교 출신으로 실제 북한 주민이 아니었던 점, 오빠 유씨가 간첩혐의를 받고 있었던 점 때문에 가려씨는 좀 더 큰 1인 생활실로 옮겨 혼자 생활하면서 계속 조사를 받았다.
 
가려씨가 새로 기거하게 된 방에는 CCTV가 달려있었다. 가려씨는 CCTV가 화장실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샤워를 할 때에도 쪼그려 앉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합신센터 측은 이 같은 가려씨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전면 부인했다.
 
합신센터 측은 "가려씨가 심장병이 있다고 해 안전을 위해 CCTV가 달려있는 생활실에 머무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다"면서 "가려씨가 이에 동의했고 여성조사관이 별도의 모니터실에서 가려씨를 지켜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가려씨는 조사관 한 명과 1:1로 조사받기도 하고, '합동조사실'에서 여러 명의 조사관들의 집중조사를 받기도 했다.
 
합동조사실은 국정원 소속 조사관들뿐 아니라 유관기관 조사관들이 함께 나와 조사를 벌이는 공간이다. 주로 국군 기무사와 정보사가 북한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기 위해 조사를 벌인다.
 
◇합신센터의 탈북자들 "강압행위 있을 리가 없다"
 
취재진들은 합신센터 측이 소개해 준 5명의 탈북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마치 사전에 교육이라도 받은 듯 합신센터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아울러 조사관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30대의 한 여성 탈북자는 "선생님들이 내가 살아온 과거와 탈북동기는 무엇이며 경로와 방법은 어땠는지, 가족관계 등은 어떤지 물어봤다"며 "조사를 받지 않을 때는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10대 여성 탈북자도 "내가 나이가 어린데도 선생님들이 꼬박 존대말을 써줬다. 조사받는 과정에 불편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40대 남성 탈북자는 '가려씨가 합신센터에서 폭행과 협박을 받았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거짓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생님들은 너무나 친절했고 항상 겸손하게 우리를 대해줬다"고 말했다.
 
가려씨는 법정에서 "조사관들로부터 '질긴 X, 싸가지 없는 X' 등 수없이 욕설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가려씨 법정 진술 이후 바뀐 합신센터
 
가려씨의 가혹행위 및 욕설 등에 의한 강압적 조사가 있었다는 주장 후 합신센터는 상당한 변화를 맞았다.
 
합신센터 관계자는 '가려씨의 진술 때문에 합신센터의 시스템이 바뀌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볼 수는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가려씨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합신센터 측이 변호인 접견 등을 불허한 것은 위법한 행위였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합신센터 측은 할 말이 많은 모습이었다.
 
합신센터 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이 문제제기를 하며 합신센터를 방문했는데 당시는 유가려씨가 변호인 접견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피의자 신분이라면 변호인 접견을 자유롭게 하겠지만 여기 있는 탈북자들은 보호를 받는 사람들로 신분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합신센터 관계자는 "우리는 행정기관이자 조사기관"이라면서 "변호인 접견 불허에 대한 불법성 인정은 향후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고 그에 따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려씨는 수용된 지 2년 반 만인 2013년 4월에야 합신센터를 나올 수 있었다. 유가려씨는 합신센터와 검찰에서 '오빠는 간첩'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1심 법정에서 이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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