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제지 인수전 '난항'..과징금 리스크 '걸림돌'
2014-06-03 10:41:27 2014-06-05 08:27:05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제지업계 빅2 한솔제지(004150)무림페이퍼(009200)가 눈독을 들였던 한창제지(009460) 인수전에 최종 불참키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지 업권에서 벗어난 중견 전자회사와 합판제조업체 두 군데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본입찰에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제지업계는 한창제지가 공정위에서 조사 중인 담합 관련 과징금 리스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조건을 충족시켜 줄 수 없어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3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산업은행은 최근 중견업체 KCC전자와 선창산업(합판제조업체) 2곳을 입찰 적격자로 선정했다. 현재 두 기업은 한창제지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한창제지 지분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50~300억원 내외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창제지는 2013년 기준 백판지 시장점유율 8.6%, 고급백판지 시장점유율 36.7%를 차지했다. 지난해 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수익성이 90% 개선됐으며, 매출액은 1813억원을 기록했다. 백판지 시장이 과점체제인 데다 중국을 비롯한 수출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창제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두 번째 인수전에서는 시장 예상과는 달리 제지업체가 모두 빠지고 전자회사와 합판제조업체만 참여했다.
 
업계 측은 일반적으로 제지업계는 다른 업권에 비해 과징금이 주는 파급효과가 상당히 커 우발채무 변수 리스크가 중요한데, 이에 반해 채권단이  두 건의 공정위 조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어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한창제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백판지 담함 과징금 여파로 1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326.8%로 전년 대비 112.9%포인트 증가했다. 재무 사정은 썩 좋지 않은 것.
 
업계 한 관계자는 "한창제지는 지난해 백판지 가격 담합으로 144억원의 과징금 부과 받은 것 외에 컵원지, 골판지원지 부문도 담합 관련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제지업계는 과징금 파급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잠재적 리스크가 없어져야 제대로 된 매각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창제지 채권단은 과징금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도 실적이 가장 좋았던 지난해 기준으로 매각가격을 책정했다"며 "이번에 인수전에 참여한 두 업체도 수백억 과징금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제값주고 인수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번 인수전에 한솔제지도 백판지 기계관련 시너지 효과가 있어 다시 한 번 참여하려고 했지만 가격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한 한창제지 채권단이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