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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흔들리는 중국, 국내 투자자의 대응전략은?
2008-01-31 10:22:00 2011-06-15 18:56:52
국제통화기금(IMF)은 29일 올해 세계경제전망을 수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수정한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4.1%로 수정 발표했다. 종전 전망 추정치에서 0.3%가 하향됐다.

IMF가 세계경제성장을 하향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IMF는 미국에 대한 올해 경제성장 추정치를 종전 1.9%에서 1.5%로 대폭 하향했다. 일본도 지난해 10월 전망한 1.7%에서 0.2% 하락한 1.5%로 수정 전망했다.

유로 존은 미국보다 하향폭이 더욱 컸다. IMF는 올해 유로 존의 경제성장 추정치를 종전 2.1%에서 0.5% 하향 수정한 1.6%로 대폭 낮췄다.

중국의 경우는 종전 10% 경제성장 추정치를 그대로 사용했다. IMF 사이먼 존슨 조사국장은 그러나 "누구도 경기하강의 위험부담으로부터 면제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F는 이번 수정 보고서에서 보수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 마켓이 올해 고도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존 추정치를 유지했지만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 영향은 누구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성장 전망치는 더욱 비관적이다. 영국계 바클레이즈캐피탈은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8.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2003년 이후 2007년까지 5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볼 때 바클레이즈캐피탈의 8.8% 한 자릿 수 전망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의미하는 수치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를 넘는다.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막대하다. 따라서 미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곳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불거져 나온다. 중국 경제의 하강은 결국 지금까지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가려졌던 중국 증시의 실체를 드러내는 지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중국은 춘절을 앞두고 반세기만에 쏟아진 폭설까지 겹쳐 후난과 후베이, 안후이, 구이저우 등 중국 내륙 14개 성(城)의 철도망과 도로망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석탄 공급이 제 때에 이뤄지지 않아 전력 사정도 안 좋은 상태이다.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5%로 지난해 11월 대비 0.4% 하락했지만 폭설과 전력난 등으로 인해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6%를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중국은행(BOC)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CS(Credit Suisse)증권은 MSCI 기준으로 중국 시장이 가장 위험하다는 평가를 이미 내린 바 있다. CS증권은 중국 증시가 미 경기 침체로 인해 아시아 기업의 실적이 하향될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증시에도 부정적 효과가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CS증권이 제시한 중국증시의 추가 하락 위험은 30%에 달해 한국의 8% 하락 리스크 보다 매우 높은 수치이다.

신영증권의 이승우 마켓 애널리스트는 이머징 마켓의 기업들이 미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이미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때 IMF의 분석에서 보듯이 중국과 국내 기업들이 미 경기 침체의 파장에도 불구하고 이익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힘겨운 과제로 보여진다.

가상의 비관적인 시나리오이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 증시에 파급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 기계, 철강주의 심리적 충격은 불가피하다. 또한 해외주식형펀드인 차이나펀드의 수익률 악화는 국내투자가는 물론 환매로 인한 자금 순유출로 인해 중국 본토 증시에도 타격을 가함으로써 중국 증시를 하락으로 끌어내리는 부정적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증시의 표류는 곧 국내 증시의 영향으로 직결된다. 관세청이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12.3%, 중국은 22.1%에 달한다 수입의 경우도 중국은 17.7%로 미국의 10.4% 대비 월등한 지위를 구가하고 있다. 수출과 수입 모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착륙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 증시의 파장은 미국의 경기침체와 중국 경기 침체의 이중고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서 한, 미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미FTA의 조기 발효가 그나마 국내 경기의 주름살을 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세계 경기 침체 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 여겨진다.

세계경제의 침체 우려는 국내 조선업종에도 예외가 아니다. UBS증권과 맥쿼리증권의 국내 조선업종의 대한 투자의견 하향은 불안한 투자심리에 일격을 가했다. 실제로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1월 1만 포인트를 넘어선 급등세에서 29일 현재 6000선이 붕괴되며 수직 강하했다. 해운 시장의 업황이 안 좋아질 경우 선주들의 발주 물량이 적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 조선업종 투자 등급 하향의 요지이다.

세계 경제가 비교적 완만한 침체로 이행될 경우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의 변화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과 단기간 주가 하락이 심화되어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점이 반박의 이유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의 불확실성과 투자자의 일말의 불안감이 주가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박효진 Strategist는 세계 경기 침체의 파장을 가늠하기에는 어렵지만 산업재 사이클의 하강 위험을 지적했다. 산업 인프라와 관련된 경기 민감성 업종보다는 현 시점에서 내수소비 성장의 업종 사이클에 대응하는 것이 전략적 대응으로서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글로벌 증시의 하강의 동조성(Coupling)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다. 따라서 국내 증시는 미, 중, 일본경제의 침체 진행 정도에 따라 올해 시장의 조정기간과 하락의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여겨진다. 분명한 것은 중국증시의 과도한 유동성 퇴장은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며 이에 내성을 쌓아가야 하는 국내 증시의 기간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성장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다. 당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경기 침체와 불황에도 이익성장세가 꺾이지 않는 내수서비스업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여겨진다.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roy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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