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자본시장 테마주와 자율규제
2016-06-03 06:00:00 2016-06-03 06:00:00
자본시장에 또 다시 정치테마주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포인트 안팎에서 박스권에 갇혀 요지부동이다보니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소위 테마주라 불리는 상장종목을 찾고 있다.
 
인터넷의 세계에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투자정보가 넘쳐나고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뒀다는 무용담은 물론이고 서로 투자수익률을 자랑하며 게임까지 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 각종 테마주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테마주는 아름다운 자태 뒤에 날카로운 가시가 손끝을 노리는 장미와 같아서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테마주가 왜 문제일까.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성황을 이루고 있을까. 우선, 관계 중시의 사회문화가 자본시장의 투자문화에도 침투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특정 유명인과의 허황되기까지 한 각종 지연, 학연, 혈연이 있으면 당해 기업의 경영실적이나 재무상황에 상관 없이 그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무언의 공동 심리가 작동하고 이에 편승하여 폭탄돌리기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실체가 드러나면 피해자가 발생할텐데 나만 아니면 된다는 투자행태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간과이다. 기관투자자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아직도 투자에는 항상 투자 손실을 입을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경시하고 오로지 고수익율의 환상만 쫓고 있다. 금융선진국에서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중요성이 투자문화에 자리잡은지 꽤 오래됐는데도 말이다.
 
셋째로 SNS을 이용한 투자 및 정보교환의 확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HTS와 MTS를 이용하는 거래비중이 매우 높고, 각종 포탈싸이트에는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의 온라인 투자카페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온라인에서 익명성이 보장되고 회원들에게만 개방된 폐쇄형 모임의 특성상 허위의 루머를 유포하여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심지어 주가조작을 일삼는 행위가 적발되고 있다. 증권방송의 소위 전문가와 시세조종 세력이 결탁된 행위도 발견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투자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테마주의 성행으로 인한 시장왜곡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해 건전하고 신뢰받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의 각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투자자 스스로 테마주와 같은 이상급등 종목보다는 기업의 영업실적, 각종 투자지표를 꼼꼼히 파악하여 장기투자하는 투자의 정석을 추구함으로써 투자자 스스로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장기업은 투자자가 올바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최근에 거래소가 도입한 중요정보 포괄공시제도에 따라 규정에 열거되어 있지 않더라도 기업 스스로 중요정보라고 판단되면 투자정보로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를 보다 정밀히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장 최일선에서 자율규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특별한 재료도 없이 주가가 급변하는 경우 불건전한 매매를 반복하는 투자자에 대하여 즉시 중단을 요구함과 동시에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를 신속하게 조사하여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사안의 중대성이나 시급성이 인정될 때에는 관계당국과 협의하여 즉시 조치를 취하는 소위 'Fast-track'을 가동하고 있다.
 
두번째로 투자자들에게 이상급등종목에 대하여는 불건전주문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경보를 이상급등 초기에 발동하여 가수요에 의한 이상과열 현상을 조기에 진정시킴으로써 무분별한 뇌동매매를 억제하고 있다.
 
또한 SNS 등 온라인상의 불공정행위를 보다 상세히 모니터링하기 위하여 빅데이터, 인공지능기술 등 최신 기법을 탑재한 차세대 시장감시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불건전주문을 일삼는 투자자와 사이버상의 상습적인 허위사실 유포자와의 공모 여부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금융인 뿐만 아니라 상장법인의 임직원이나 투자자에 대하여 불공정거래의 위험성과 올바른 투자방법 등에 관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도 금년부터 상장법인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개발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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