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와 K에는 거액 쾌척…약속한 사회공헌은 뒷전
전경련 때아닌 사회공헌 실태조사…강제모금 논란 불식 의도로 보여
2016-09-26 17:58:05 2016-09-26 18:06:46
[뉴스토마토 이재영·남궁민관기자] 강제모금 논란에 휩싸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갑작스레 사회공헌 자료를 내놔 궁색한 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국내 주요기업들의 사회공헌 규모가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게 자료의 골자다. 전경련은 최근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 설립을 놓고 '정경유착'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자료를 내놓은 시점과 내용상, 이번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전경련이 대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2015년 사회공헌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응답기업 255곳이 지출한 사회공헌 비용은 2조9020억5073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7148억6467만원) 대비 6.8% 늘었다.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규모 비중도 전년(0.18%) 대비 소폭 상승한 0.19%를 기록했다. 지원분야도 세분화됐음을 강조했다. 분야별 사회공헌 지출비율을 보면, 취약계층 지원이 33.5%로 가장 많았다. 교육·학교·학술 분야는 17.5%로 뒤를 이었다. 또 응답기업 10곳 중 7곳(67.5%)이 지난해 신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이 단순 기부와 참여를 넘어 다양한 재원을 활용해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기업이 변화를 만들어가며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전경련은 재계로부터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설립에 개입돼 있으며, 전경련이 이들을 위해 기업 쥐어짜기로 출연금을 마련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비용을 확대하는 기조 속에 이번 출연도 자발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번 조사결과도 연장선상에 있다.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만큼 미르 등에 대한 지원도 그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출연과 관련해 정반대 결과의 조사자료도 있다. CEO스코어가 지난 6월 발표한 30대그룹 46개 비영리 공익법인(교육목적 재단 제외)의 최근 2년간 공익사업 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한 순수 공익사업 지출액은 2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12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6개 법인 중 지난해 공익사업비를 줄인 곳은 25곳이었으며, 공익활동에 한푼도 쓰지 않은 곳도 4곳이나 됐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 중에는 지난해 기부금이 감소한 곳도 다수 있다. 한국기업공헌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 KT, LG, 금호아시아나, 한화 등은 기부금이 줄었다. 이들은 미르나 K스포츠 재단 출연 명단에 올라 있다. 이들 대부분이 매출이나 이익이 감소해 기부금도 줄였던 형편이라 자발적으로 외부 재단에 출연을 결정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야권과 시민사회의 시선이다. 해당기업 관계자도 "다 알면서 묻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할 정도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 기금 출연 현황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에 기금을 출연한 건설업체들이 비슷한 시기 자체 설립한 사회공헌재단에는 약정액에 훨씬 못미치는 기금을 내거나 아예 내지 않은 경우도 포착됐다.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돼 공공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됐던 74개 건설업체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뒤 기금을 모으기 위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미르·K스포츠에 선뜻 돈을 내놓은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이 사회공헌재단에 낸 기금은 약정액(550억원)의 2.9%인 16억원에 불과했다. 각각 150억원의 기금을 할당받은 삼성물산은 10억원, GS건설과 대림산업은 3억원씩 내는데 그쳤고 100억원을 할당받은 두산중공업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설립됐으며, 이를 위해 삼성(125억원), 현대차(85억원), SK(68억원), LG(48억원) 등 4대그룹을 비롯해 포스코(30억), 롯데(28억원), GS(26억원) 등 총 16개 주요 그룹이 486억원의 출연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월 설립된 K스포츠 역시 삼성(79억원), 현대차(43억원), SK(43억원), LG(30억원) 등 19개 그룹으로부터 288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출연을 받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각 기업들이 사회공헌 지출 비용을 총합으로 집계해 제출한 것을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기업별 사회공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문화예술 및 체육 분야 사회공헌 지출 비용에 이번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영·남궁민관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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