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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들은 일자리 100만개 요구한 적 없다"
"청년실업 문제는 대한민국 자체의 문제…청년들 바라는 건 작은 일상의 정의"
"적절한 기회·경험 보장하는 좋은 어른 많아져야"
2017-03-09 06:00:00 2017-03-09 09:42:06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청년유니온은 2010년 3월 창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창립 당시 60여명에 불과했던 조합원 수는 7년간 3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청년유니온이 적법한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기까지는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고용노동부와 서울특별시의 노동조합설립 반려에 맞서 법적 투쟁을 벌인 끝에 2014년 4월 고용부의 설립신고를 받아 전국단위 법내 노조가 됐고, 2015년 2월에는 서울시를 상대로 한 노동조합설립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적법 노조임을 확정받았다.
 
현재는 4대 위원장인 김민수 위원장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청년유니온이 기존의 노동운동과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청년유니온이 노조의 테두리를 벗어난 90%의 노동자를 바라본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꼈다.
 
이하 일문일답.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무엇이 원인이라고 보는지.
 
특정한 관점만으로 온전히 분석하는 건 불가능하다. 낮은 경제성장률, 산업의 변화, 기술 혁신, 기업구조 재편,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수성, 교육 문제, 가계부채,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청년세대의 직업에 대한 관점, 이런 것들이 다 구조적 문제다. 종합하면 대한민국 그 자체다. 한두 가지 문제만 건드려선 해결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 10년이 걸릴 수도, 3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당장의 현안에 대응하면서 긴 안목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일부에선 비정규직 차별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게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한 요소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전체라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정치는 무엇을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인데, 지금 그 부분만 부각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에서 온갖 일자리 대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보나.
 
전혀 근본적이지 않다. 내게 대한민국의 제도를 뜯어고칠 권능이 주어진다면 나는 고용보험제도를 가장 먼저 고치고 싶다. 실업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을 바꾸는 문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두 개의 정책으로 실업을 해결하겠다는 건 거짓말이다. 갑자기 양질의 일자리가 쏟아질 가능성은 없다. 당장은 사람들을 실업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이 단기적인 일자리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청년 대표를 자처하는 직업정치인도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청년의 대변자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우선 그들이 누구를 대변할 것인지 그 대상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청년도 세대라는 이불을 걷어내면 다 개인이다. 어떤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도 모르는 채 한 사람이 한 세대를 대표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들이 기성 정치권에서 청년이란 이미지로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 정당에 젊다는 이미지를 칠할 도구 말이다.
 
-다른 측면에선 사회가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청년을 배려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에, 그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보지 못 하는 게 아닐지.
 
동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을 대하는 태도가 이 정도다. 능력이 있어도 권한을 안 주지 않느냐. 청년들은 교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새로운 사람이 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청년들에게 적절한 기회와 경험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의 능력과 경험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사회에 좋은 어른이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
 
-청년들의 삶이 고되 지면서 세대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는 세대갈등이 미디어의 조작이라 생각한다. 실체를 모르겠다. 노인과 청년이라고 해봐야 가정으로 돌아가면 엄마고 자식이다. 부모는 자식 취업 걱정이고, 우리 일상이 그렇다. 회사에서 ‘우리 때는…’을 입에 달고 사는 상사도 뒤에선 후배들을 걱정한다. 후배들은 그런 상사를 꼰대라고 욕하면서도 어느 순간엔 그들을 이해한다. 자신이 경험해본 적 없는 삶에 대해서 부정적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결국엔 선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이 양가적인데, 그 중 한 부분을 잘라내 세대갈등으로 포장하는 건 조작이고 거짓이다.
 
-한편으론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기득권 세력이다. 그 사람들이 자기 자식, 지인들 어떤 데 취업시키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기업, 공공기관에 보낸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 아니냐. 그래놓고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라, 중소기업 가라는 건 궤변이다. 그렇게 중소기업이 좋으면 고위층 자녀들 중소기업 보내기 캠페인이라도 하지 그러나.
 
-그래서인지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표준’이라 생각되는 인생 사이클이 있다.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업하고, 연차가 쌓여 연봉이 오르면 차도 사고 집도 산다.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도 갖고. 과거엔 30대 초반이면 이런 표준의 삶이 완성됐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에겐 이런 표준이 통용되지 않는다. 남자들은 군 제대해 졸업하고 취업하면 벌써 서른이다. 부모님이 가정을 꾸렸을 시기에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학자금 빚을 갚고 있다. 자식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부동산 문제,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한 대책과 함께 과거에 표준으로 불리던 인생 사이클이 더 이상 표준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청년들을 만나보면 실제 그들의 목소리는 어떻던가.
 
작년 상반기까지는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러다가 하반기부터 눈빛이 달라졌다. 촛불이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바라는 게 대단한 건 아니다. 그저 작은 일상의 정의다. 가족들과 얼굴 붉히지 않고 좋은 대화 나눴으면 좋겠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 안 당하고 열심히 일하는 만큼 대우받았으면 좋겠다. 나라에 대해선 서로 싸우지 않았으면, 또 공공적 책무를 다하는 좋을 공직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정도다. 청년들은 일자리 100만개 만들어 달라, 창업국가 만들어 달라 말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청년들이 요구한 적도 없는 정책들을 청년을 위한 정책인 양 내세운다. 최소한 청년을 위한다면 그들의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청년유니온도 기존의 노동조합처럼 청년이 아닌 조합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렇게 안 가려고 하고, 그렇게 안 되리라 확신한다. 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 정도다. 우린 나머지 90%에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노동운동은 ‘될 놈은 되고,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식이었다. 대다수의 노동자는 노조에 가입하기 어렵고, 가입한다고 해도 모든 노조가 힘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적은 기존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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