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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인적 드문 '김포한강신도시' 가봤더니
분양광고와 달리 인적 드물고, 임대료 비싸…자영업자 빚더미에 '속앓이'
2017-04-09 14:52:52 2017-04-10 15:06:14
“비싼 임대료를 내지만, 당초 건설사와 부동산업자가 임대할 때 했던 말과는 달리 지나가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썰렁합니다. 평일에는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직원과 상가 분양사무소 직원들만 몇 명 다닐 뿐 개미 한 마리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 7일 김포한강신도시의 랜드마크인 수로상가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씨가 마침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으로 왔다며 한 말이다.
 
박씨의 말대로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간간히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곳이 보였지만, 대부분 문이 닫힌 체 텅 비어 있었다.
 
김포한강신도시 장기동 라베니체 인근 상가. 사진/김영택 기자
 
50~60대로 보이는 분양 사무소 직원은 주변 탐문을 하는 기자를 끈질기게 따라 붙어 오피스텔과 상가 구경을 권유했다. 오전 할당 인원을 채워야 한다면서 절박한 듯 부탁했다.
 
인근 A부동산을 방문해보니 중개인은 "이 곳은 주변에 래미안, 자이, 우남, 중흥 등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최고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자리를 잡지 못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굳게 닫은 문 사이로 대출 및 홍보 전단지가 널부러져 있다. 사진/김영택 기자
 
이 지역의 58.28㎡(17평) 기준 월 임대료는 350~380만원 수준이다. 비싼 임대료에 깜짝 놀라자, 인근 초등학교 상가주택을 추천해줬다. 이곳 역시 도로를 물고있고 35.89㎡(10평)에 월 임대료가 230만원이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가로 꼽히는 홍대 극동방송 앞 1층 49㎡의 월 임대료는 200만원, 홍익대 정문 인근 1층 68㎡도 150만원 수준이다. 강남역 12번 출구 대로변 1층 46㎡ 300만원 수준이다. 물론 암암리에 오고가는 권리금으로 인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쳐도 너무 비싸다. 
 
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 분석을 보면 지난해 기준 서울 마포구의 활성화지역의 1층 제곱미터당 평균 월임대료는 2만8428원이다. 양천구 2만8579원, 강동구 2만6437원, 도봉구 2만3475원 등으로 나타났다.
 
김포는 평균 월임대료 2만2677원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임대료가 비싼 한강신도시만 놓고 보면 임대료 격차는 줄거나 오히려 높다.
 
가현초등학교 인근 상가로 건물이 지어진지 오래됐지만, 과도한 임대료로 인해 공실이다. 사진/김영택
 
문제는 비싼 임대료를 내지만, 사람이 없어 장사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현초 인근에 상가를 임대 받아 족발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나또한 퇴직하면서 받은 수억원을 가맹비와 인테리어비로 다 쏟아내고 고액의 임차료까지 밀려 집을 팔아 채무를 탕감해야하는 신세가됐다"며 "임차인이 들어왔다가 1년도 못 버티고 나가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최씨의 말대로 이 지역을 10분간 둘러보니 ‘임대문의’ 글귀를 한집 걸러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김포한강신도시는 경기서부권 대표적인 2기 신도시로 1190만826㎡(360만평) 규모의  부지에 인구 15만명을 자랑한다. 가장 늦게 개발된 구래동과 마산동이 향후 중심 상업지구로 자리를 잡고, 도시철도가 운행될 경우 김포한강신도시의 가치는 더욱 높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도시계획대로 됐을 때나 가능한 말이다.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예상했던 매출과 수익이 나오지 않자, 임대를 받아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상당수가 가맹점을 통해서 장사를 시작해 비싼 가맹비와 인테리어비는 물론 월세까지 높아 법적 임대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문구점이 문을 닫고 음식점으로 업종변경을 하고 있다. 사진/김영택
 
B부동산 관계자는 "초기 임대료가 비싸서 그때 들어온 사람들은 못 버티고 대부분 파산했다"면서 "지금은 임대료를 20~30만원 낮춰도 소문이 나서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C부동산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이 자리잡으면 나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버티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높은 임대료로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폐업한 프랜차이즈 식당 수는 2014년 1만1158곳 대비 19%가량 늘어난 1만3241곳이나 됐다. 하루 평균 36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지난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봐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창업 점포 수는 연평균 77만개, 폐업은 65만개에 달했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10곳 중 8곳이 폐업을 한다는 얘기다.
 
이 지역은 빈 상가가 넘쳐 나면서 상가 매매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A상가는 지난 2014년 분양 당시 3.3㎡당 3100만~38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가격은 3.3㎡ 당 2800만원대로 값이 떨어졌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상가는 최소 5~10년 보유를 생각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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