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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들 "소위에 조사 권한 위임하라"
'사법행정권 남용·블랙리스트' 재조사 대법원장에 요구
2017-06-19 19:04:19 2017-06-19 19:04:19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전국 각급 법원에서 모인 100명의 법관 대표들이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법관 대표들은 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전국법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대표회의 공보업무를 맡은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남용 행위와 의사결정 실행에 관여한 이들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비롯한 여러 의혹을 완전하게 해소하기 추가조사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회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몇 대 몇으로 결의가 이뤄졌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진상조사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책임 규명 및 책임 추궁 방안 ▲사법행정권 남용 재발 방지 대책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선 '부장판사', '법원장' 등의 직함을 빼고 호칭을 ‘판사’로 통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격의 없이 토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관들은 전국법관회의 의장으로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선출했다.
 
이번 회의는 판사들의 연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를 조사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결론 냈으나, ‘판사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결국 적국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에서 전국법관대표자회의 개최로 이어졌다. 전국 규모의 판사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역대 세번째로, 지난 2009년 4월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시위 재판개입' 논란 이후 8년 만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와 함께 사법 행정권 남용 행위 추가조사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대법원장에게 조사권한을 위임할 것을 요구했다. 소위 위원장으로는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8기)가 선출됐다. 송 부장판사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추가 조사 시행 결의를 설명하고 "최초 조사 결과를 새롭게 뒤집는 재조사가 아니라 미흡한 부분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과 범위 역시 회의를 거쳐 정할 계획이다.
 
이날 채택된 법관회의 결의안을 보면 현안에 관한 추가조사를 위해 구성되는 소위원회는 전국법관대표 회의에서 선출한 5인(위원장 포함)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조사에 필요한 자문위원을 둘 수 있다. 법관회의에서 정한 사항을 제외한 조직과 활동은 소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되,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제한이 가능하다. 소위원회는 위원회 인사발령이나 사무분담 변경을 요청할 수 있으며, 제2회 전국법관대표 회의 개의 전까지 조사위원회의 조사 기록에 대한 검토 결과와 추가조사에 관한 내용을 법관회의에 보고해야 한다.
 
결의안에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기록과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은 그 전부를 법관회의에 접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법원행정처는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및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회 기획조종실 소속 법관 소속 법관의 2016년~2017년 업무상 사용했던 컴퓨터와 저장 매체에 대해 현안조사 소위원회 참여하에 적절한 방법으로 보존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가조사의 원활한 진행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즉각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현안조사 소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최 부장판사 외의 4명의 위원 명단은 선출 위원들의 신변 공개 거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다음 전국법관회의는 내달 24일에 열린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관회의에서는 전국법관회의 상설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결의안을 정리해 조만간 대법원에 전달할 예정이나, 임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구속력 있는 의결이 아니지만, 전국법원 대표들이 모여 의논한 사안인 만큼 대법원이 이를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다. 담당자들의 컴퓨터와 저장 매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 관련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를 위한 전국 법관대표회의가 열린 19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참석한 일선 판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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