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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전 막차 수요만 높인 부동산 대책
2017-08-01 06:00:00 2017-08-01 06: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는 건 청약 시장에 진입할 적기라는 말 들어봤어? 규제 전에 돈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잖아. 주말에 모델하우스 투어나 다녀오자."
 
지난 주말 오후 친구 결혼식장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 '모델하우스 투어'를 권유하며 한 말이다. 현재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는 친구는 최근 계약 만기가 돌아오자 내 집 장만을 결심하고 주말마다 모델하우스를 돌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달간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한정해 3곳에 청약을 접수했다고 한다. 이 중 하나만 당첨되면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부동산 추가 규제가 나오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청약 과열 양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아파트투유 청약정보에 따르면 이달 청약접수를 진행한 전국 40개 아파트 단지 중 80%에 이르는 32개 단지가 순위 내 청약수요를 모두 채웠다. 특히 서울은 분양된 8개 단지 중 1곳을 제외하고 모두 높은 경쟁률 속에 1순위 마감을 마무리했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6.19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한 부동산 리서치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57% 오르며 올해 들어 주간 상승률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0.90%가량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6.19 대책 이후 잠시 주춤했던 집값은 3주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오히려 6.19 규제를 비껴간 곳곳에서 풍선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조성된 상황이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되자 투자자들은 오피스텔로 몰렸고, 오피스텔 분양 단지마다 수백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조기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6.19 대책이 실패했다는 얘기도 종종 나온다. 정부가 특별한 공급계획이 없이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나서며 시장의 불확실성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목표로 지역별·맞춤형 대응 전략을 선보였을 뿐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만한 고강도 규제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곧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을 포함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이 앞서 거론된 규제 카드가 언급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공급 정책도 함께 감안한 균형감 있는 부동산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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