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보다 나은 생산자 삶 위해 불공정 생산·거래시스템 개선해야"
임영신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내셔녈코디네이터가 말하는 공정무역 들어보니
경기 화성에서 공정무역 실험 돌입…내달 세계 공정무역 마을대회서 서울 사례 발표
입력 : 2017-08-11 06:00:00 수정 : 2017-08-11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평화활동가, 공정여행전문가, 작가, 평화단체 대표.' 
임영신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내셔널코디네이터가 가진 다양한 직함이다. 여러 영역에서 하루하루 정신 없이 뛰어 다니지만 그가 추가하는 가치는 명확하다. '공정, 공유, 협동조합, 평화' 등이 그의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키워드들이다.
2003년 이라크 반전평화운동을 경험한 그는 분쟁지역 평화여행, 평화교육에 뛰어들었고, 공정여행 운동을 주창하기도 했다. 그는 10회 YMCA 한국여성지도자 젊은지도자상도 받았다. 공정여행가를 거쳐 2009년부터는 경기도 화성에 터를 잡아 공정무역 실험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임 코디네이터는 “공정무역 가치는 그 제품을 소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산자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불공정한 생산·거래시스템을 개선하는 운동”이라며 “농부와 소비자 모두 기쁨을 나누는 시스템으로 변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무역이 갖고 있는 공정의 가치가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변화시키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는 경기도 화성에 터를 잡아 공정무역 실험에 돌입했고, 화성시 공정무역 협의회 발족, 그리고 경기도 공정무역 정책토론회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함께 내달 열릴 세계 공정무역 마을대회서 선보일 서울 공정무역 사례 발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를 10일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정무역을 실험하는 곳으로 화성시를 선택한 이유는
 
지난 2009년 화성으로 이사를 왔다. 화성은 가능성이 있는 도시다. 서울의 1.3배의 땅에서 사는 인구는 65만~70만명이다. 평균연령이 37세로 젊다. 빈 땅도 많아 마을 디자인 실험을 하는 데 적합하다. 평소 부자가 되기 위해 애쓰지 않으면서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해왔고, 화성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꾸려 협동하는 삶을 사는 것을 꿈꿨다.
 
화성에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나.
 
처음 와서 공정무역 카페 ‘맑은 샘’을 열었다. 3년가량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지역 캠패인을 했다. 2010년에는 열명 중 한 명 정도만 공정무역을 알았다. 3년 전쯤 중학교 한 국어 교과서에는 제가 쓴 ‘평화는 나의 여행’ 중 인도 공정무역 생산자를 방문한 이야기가 실렸다. 그 만큼 빠른 속도로 인식 변화가 일고 있다. 안산에 있는 고등학생이 찾아온 적이 있다. 국어교과서에서 본 공정여행 내용을 보고 공정여행 기획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유학기제가 생기면서 지역사회의 역할도 커졌다. 학생들이 진로와 가치를 탐색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준비가 돼야 하는데, 화성에는 ‘페어라이프 센터’가 있다. 이 곳에는 공정무역 카페가 있고, 도서관·강연장 등이 있다. 페어라이프 센터는 화성의 공정무역, 공유, 공정여행, 협동조합의 가치를 알리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마을을 바꾸는 공정무역 교실, 화성으로 가는 스쿨버스, 어린이 집밥학교 등도 이 같은 사례다. 어린이 집밥학교를 예로 들면 방과 후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GMO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식이다. 마을에 필요한 고민을 나누는 연결고리다.
 
공정무역의 가치는 무엇인가.
 
제가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내셔널코디네이터로 서울에서 일할 때에는 공정무역은 하나의 정책으로 이야기 된다. 하지만 화성으로 돌아가면 저는 학부모이자 마을 주민이다. 마을에 여러 문제를 고민하는 상황이 온다. 마을에서 저는 여러 관계망 속에 걸쳐 있다. ‘공정’이라는 방향을 갖고 있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정의도 중요하다.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평화·공정·민주주의 등 가치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자들의 권리와 적정 가격, 생산자와의 소통 방식 등도 넓은 범위에서 공정함을 갖춰야 한다. 공정무역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작은 실험을 하면서 삶을 넘어 마을과 도시가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될지를 고민하고 있다.
 
약력을 보면 이라크 반전평화운동(2003), 공정여행운동가 등을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는데.
 
저는 사람을 좁혀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사람을 자꾸 넓게 보고 넓게 만나는 게 중요하다. 한 사람에게는 다양한 면이 있다. 무슨 직함을 갖고 있는 것보다 어떤 키워드를 갖고 있을까를 보는 거다. 제가 마을에 있을 때는 마을주민이다. 작가로 때로는 대표로 불리지만 저라는 그릇에 공정, 평화, 공유라는 키워드가 있다. 어떤 가치를 향해 걸어가는 삶이 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하며 세계를 넓혀가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서울시, 한국공정무역협의회, 공정무역국회포럼 등이 모인 가운데 공정무역 지지 공동선언식이 열렸다. 맨 오른쪽이 임영신 코디네이터. 사진/뉴시스
 
공정무역 제품으로 커피·차·초콜릿 등 기호작물을 중심으로 구성한 이유는.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가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물질을 캐는 아프리카의 여덟 살 아동이 뺨을 맞으며 노동하는 영상도 공개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한 저항의 산물인 페어폰도 출시됐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공정이라는 가치는 어떤 생산 현장에서든지 적용돼야 하는 거다. 당연히 삼성이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환경을 개선해야하고 산재도 인정해야 하는 거다. 삼성이 ‘또 하나의 가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건 공정하지 않다. 국내의 모든 생산과정에 공정함이 적용돼야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에코라이프스타일 가게가 있는데 타월부터 카펫, 냄비, 양초까지 일상생활 모든 제품들이 공정무역 제품으로 라벨을 달고 나온다. 한국은 초콜릿, 커피가 공정무역 제품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데 아직 초기 단계다.
 
공정무역 관련 서울시의 행보를 평가한다면.
 
서울시가 공정무역 도시를 선언한 지 올해로 5년째다. 공정무역 목표를 충실히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공정무역 카페를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에서 하는 행사에서 케이터링을 공정무역 제품으로 하고 있다. 성북구는 공정무역센터를 따로 만들었다. 소비, 공간, 캠페인 등 시뿐만 아니라 구 지원도 잘 되고 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한국서는 서울이 가장 혁신적인 공정무역 도시 운동을 하고 있다. 오는 9월 세계 공정무역 마을대회서 서울 사례가 발표된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나.
 
1년간 1인당 344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160만원가량이다. 일반 커피를 마시면 생산자인 농부에게 가는 비율이 일반 커피는 1~2%라고 한다. 160만원을 쓰면 1만6000~3만2000원이 농부에게 돈으로 지불되는 셈이다. 공정무역은 평균을 21%로 잡는다. 즉, 한 사람이 한 해에 344잔의 커피를 마셨다면 농부에게는 32만~34만원가량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30만원이 넘는 돈을 1년 동안 기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공정무역 프레임은 내가 애쓰고 기부를 하지 않아도 가치를 기준으로 선택만 바꿔는 것이다. 그럼 농부에게 1만6000원에서 34만원을 치르게 되고, 이로써 농부의 삶을 바꾸는 변화가 일어나는 시스템이다. 농부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는 것일 뿐이고, 소비자는 똑같은 돈을 지불하고도 농부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1만원을 기부한다면 기부단체에서 감사편지가 오는데, 이는 돈을 기부하는 누군가는 갑이 되고 지원받는 쪽은 을이 된다. 마음의 부채를 지는 관계다. 공정무역은 이런 프레임이 아니다. 생산자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불공정한 생산·거래시스템을 개선하는 운동이고, 농부와 소비자 모두 기쁨을 나누는 시스템이다.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어떻게 저처럼 여행을 갈 수 있냐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비행기 표를 사고, 출발을 하라"고 대답한다. 여행은 출발이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도 실제로 출발은 잘 못한다.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두려움을 이기는 사람이 여행을 할 수 있다. 누가 세상을 바꾸는 시도를 하냐면, 그래도 한 번 해보자는 기대를 갖고 실험하는 사람들이 바꾼다. 설레임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같은 꿈을 지닌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맺으면 도움이 된다. 희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생길 때 우리는 용기를 낼 수 있다. 희망을 공유할 사람을 늘리고 2~3명이 모여 있는 작은 그룹에서부터 공정무역, 공정여행 등 작은 실험을 하면 된다. 방향을 잡고 쭉 나가면 바로 변화의 시작에 선 것이다.
 
임영신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내셔널코디네이터. 사진/임영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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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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