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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상인 In 전통시장)②“실력 앞에 평등한 세상, 전통시장 택한 이유죠”
네일아트·디저트·선술집으로 ‘차별화’...기존 상인과 ‘상생’하며 고군분투
2017-10-19 09:59:06 2017-10-19 09:59:06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최근 들어 서울 은평구 증산종합시장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청년상인들이 하나둘씩 전통시장 내 매장을 차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침체됐던 시장 분위기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전통시장들은 그간 우후죽순 들어선 대형마트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증산종합시장은 ‘젊은 피’를 수혈받으며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상권 분석 후 ‘확신’...“실력만 있다면 문제없어”
 
증산종합시장에는 특이하게 손톱관리 매장이 있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여느 가게들과 비슷하게 화려하다. 더욱이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은 남성이다. 박종휘(31) 핸썸네일 대표는 전통시장이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박 대표는 “네일숍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차려야 손님들이 들어오는데, 여기는 시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권을 분석해보니 근처에 네일숍이 없었다”며 “실력만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전까지 상암동 인근에서 손톱관리 매장 3개를 관리하는 팀장으로 일했다. 박 대표는 6년이란 시간 동안 착실하게 본인의 실력을 쌓았다. 매장을 연지 한 달밖에 안됐지만 박 대표는 “고객이 계속 늘고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내년 여름이면 자리를 잡을 것 같다”고 확신했다. 
 
지난 13일 오후 박종휘 핸썸네일 대표가 고객의 손톱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기존 상인들, ‘텃세’대신 청년상인들 ‘응원’
 
시장 내 유일한 치킨 매장을 운영 중인 권덕수(26) 마징가 다크 대표는 오히려 상인분들이 반갑게 맞아줘 고마워했다. 권 대표는 “시장이 유독 텃세가 심한 줄 알고 있었는데,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조정원(33·여) 쇼미 대표 역시 “증산종합시장이 젊은 시장이 아니라고 걱정을 해주시기까지 한다”며 “열심히만 하면 잘 될 거라고 항상 응원해주신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기존 상인들도 단골손님들에게 청년상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소개해주면서 남모르게 지원을 하고 있다. 
 
젊은 감각에 맞춰 타겟층도 확실
 
증산종합시장을 찾는 고객은 남녀노소 다양하지만 청년상인들의 주 고객층은 확고하다. 정에스더(26·여) 슈가폴 대표는 초·중·고 1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시장 앞에 초등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오가면서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매장을 열고 난 이후에는 단체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조정원 쇼미 대표도 “주로 중고등학생들이 방문하는 편”이라며 “시장 주변에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옷가게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만큼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1~2만원대 저렴한 옷들을 주로 판매한다. 정 대표는 한번 매장을 온 고객의 연락처는 모두 다 받아서 따로 관리할 정도다. 
 
변화에 맞춘 시설현대화 작업 절실 
 
고객들이 전통시장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후화된 시설이다. 청년상인들이 전통시장에 유입되면서 변화를 맞고 있지만 시장환경은 과거 그대로인 게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은평구에서도 시장 환경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평구는 지난해 시장 내 2~3중으로 덮여있던 천막을 걷어내고, 아케이드 설치를 끝마쳤다. 화장실 역시 올해 개선공사를 진행했다. 최영주 은평구 생활경제과 주무관은 “올해까지 시장 내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집중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연말까지로 예정된 시장 내 바닥공사가 끝나면, 청년상인들도 본격적인 온·오프라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 매장은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증산종합시장에 문을 연 매장 대부분은 청년상인들에겐 첫 매장이다. 때문에 매장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백상우(23)·백길우(21) 형제술집 공동대표는 증산종합시장 매장은 끝까지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백길우씨는 “요즘 청년창업이 많이 생기고 또 금방 없어지는데, 형제술집은 그에 대한 반증사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준 적이 없는 거 같다”며 “결국 망하지 않는 게 이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형제는 궁극적으로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게 꿈이다. 형인 백상우씨는 “재개발이 끝나고 저희 같은 청년상인들이 계속 유입되면 증산종합시장도 결국엔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백상우(좌)·백길우(우) 형제술집 공동대표가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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