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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조명래 교수 “용산공원, 서울숲·여의도공원처럼 가면 안됩니다”
“민간주도로 2세대 걸쳐 완전 복원해야…문학관 건립은 반대”
2018-01-11 06:00:00 2018-01-11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는 손꼽는 도시계획 전문가로, 지난해 11월부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직함보다 조 교수를 더 세상에 알린 것은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왕성한 활동이다. 서울시 용산공원 자문위원장, 용산공원시민모임 공동대표,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크고 작은 토론회와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횟수도 상당하다. 미군기지의 각종 시설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용산공원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부처부터 개발주의자, 환경운동가, 시민들까지 저마다 서울 한가운데 넓은 부지를 두고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용산공원 전문가인 조 교수를 만나 용산공원이 가야할 길에 대해 물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용산공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용산공원의 쓰임새를 두고 말이 많다.
지난 4~5년간 용산미군기지 이전이 어느정도 확정되니 오만 권력기관에서 이 땅을 어떻게 쓰자고 제안했다. 전체 부지의 상당수가 각종 기관에서 제안한 시설을 수용할 부지로 채워질 지경이다.
그만큼 그 땅이 개발주의 시대의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이 되다보니 역사 해석 같은 것이 제대로 안 됐다. 문학관 건립도 공모를 해서 찾다찾다가 용산공원에 들어간 불가피성이 있다.
그런데 이런걸 물어봐야 한다. 용산공원이 어떤 땅인지, 한국문학하고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문학적 상상력이 무엇이 있었느냐, 이런 질문에 답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만났다.
문학관 부지엔 무엇보다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고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무언가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용산공원 터의 성격은 아직도 모호하고, 경계도 모호하고, 원래 부지 성격은 공원이고, 그렇다면 왜 들어가야 하느냐.
온전한 복원이 용산공원을 제대로 쓰는 방법인데, 문학관 또한 문학이라는 이름의 개발욕망이 들어가 건물이 들어가 기회를 뺏는다면 누가 책임지겠느냐. 문학하는 분들일수록 더 폭넓게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최근에 용산공원의 콘텐츠를 채울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세계문화유산 공원이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와 세계사적 모순이 나오면서 미군기지의 시설이 세계사적 보고이기 때문에 보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그것에 대해 반대한다. 그 자체가 아집이 되고 고집이 될 수 있다. 따져보면 냉전시대 유산이 그 곳에만 있겠나. 우리는 굉장히 과대포장하고 있고 그런 논리대로라면 모든 시설을 남겨야 하고, 관리하고자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공원의 개념도, 유산의 개념도 사라지게 된다. 저는 보전주의지만 용산미군기지의 경우에는 보전의 대상이 아니다. 보전이라는 이름의 강박 관념이 족쇄가 돼서 또 그 공간을 왜곡할 수 있다.
 
조 교수가 그리는 용산공원의 모습은 생태공원인건가.
생태공원이라 하면 사람들은 생태적인 시설만 두자는 줄 안다. 제가 말하는 생태공원라는 것엔 두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침략도 받고 나라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서도 한반도에 있는 자생종들은 한 번도 한반도를 떠난 적이 없다. 훨씬 더 인간보다 한반도를 지켜오면서 역사를 생태가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의 질긴 역사를 못난 인간의 역사보다는 자연의 역사로서 구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소나무 군락지를 제안하기도 했으며, 식물로 표현하는 의미도 있고 내용은 채워가기 나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미는 개발하지 말자는 거다. 왜냐면 빈 땅이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는 개발주의시대를 살면서 누구나 거기를 집적거려본다. 그 시대의 지배적인 세력이 여러가지 핑계를 대서 자기들 식 여러가지 가치를 그 곳에 넣으려고 한다.
용산기지의 성격을 아는 사람은 건들지 말라고 한다. 돌아가신 정기용 건축가는 용산공원을 ‘비움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온전한 경계 복원을 주장하고 있는데 설명해달라.
용산미군기지 100만평 가운데 67만평을 제외한 나머지는 미군 부대시설이나 국방부, 박물관 등에 쪼개져 있다. 뜯어먹히고 뜯긴 상태의 공원 경계 모습으로는 그 아픈 역사를 제대로 해석하고 반성하는 의미와는 상치된다.
온전한 경계 복원이란 말도 내가 처음 쓴 것이고 이후 서울시에서 정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 같은 경우엔 하루 아침에 나갈 성질이 아니다. 국립박물관도 그렇다.
대신 그 땅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한다면 언젠가는 국가권력에서 들어와 왜곡하고 있는 시설도 없애야 한다. 우리가 합의하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여건을 갖추고 하면 된다.
우선 경계를 잡아놓고 생태공원을 만들어갈 때 만약 전쟁박물관이나 국립박물관이 테마에 맞다고 하면 계속 가져갈 수도 있다. 전쟁박물관이나 국립박물관이 남아서도 공원 유지 기능에 큰 무리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우선 경계로 놓고 테마를 봤을 때 맞지 않으면 중장기계획을 세워 이전하면 된다.
우선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 참여는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국가공원이니깐 일단 국가적인 지휘를 받는 기구에 의해 추진돼야 하고, 국민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그냥 토목이라는 이유로 국토부가 맡아 국가공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업이 돼야 하고 법 제도로 규정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맡을 수 밖에 없다. 대신에 관료가 갖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추진기구에 민간이 많이 참여해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2세대론’을 얘기하는 것이다.
추진은 정부가 하더라도 시민기획단을 만들어서 함께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국가공원은 일반공원과 어떻게 다른가.
죽었다 깨어나도 지금같은 정부 방식으로는 용산공원이 제대로 조성될 수 없다. 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공원이라는 이름만 붙여 놓고 풀어나가는 것은 일반적인 공원 방식이다. 정부의 기본계획을 보면 국가공원이 아니라 그냥 도시공원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마지막에 드러나는 용산공원 모습은 여의도공원이나 서울숲 같은 일반 도시공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놀이시설, 연못, 박물관, 매점 등을 모아놓고 국가공원을 만들자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생태공원이라는 것은 그것을 담아내는 표현이라고 한다.
절차만 담보된다면 60년 이상 고민하면서 논의해 채워야 한다. 우리 역사가 100년만 존속한 역사는 아니지 않는가. 생태란 결국 자연이 스스로 복원하도록 하자는 것이고, 제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2세대 개발론을 얘기하는 이유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3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시민사회 대토론회'에서 '용산공원 일대 관리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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