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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은숙 원장 "암 빅데이터 구축해 세계 최고 암센터 만들 것"
여성 첫 국립암센터장…"암관리법 개정, 공공의료 데이터 구축 우선 추진"
"암 연구·진료·정책 선순환 구조로 국민들 암 걱정없이 살게 할것"
2018-03-12 06:00:00 2018-03-12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1962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암센터 설립 초기 구성원으로 참여해 연구소장, 융합기술연구부장, 면역세포치료사업단장, 암의생명과학과 교수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지난해 11월23일 제7대 국립암센터 원장에 임명됐다. 2000년 국립암센터가 문을 연 뒤 여성이 원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 원장은 유방암 분야에서 20년간 진료와 교육, 연구에 매진한 의학자로,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차세대 주자로 손꼽혔다. 국립암센터에서 연간 500여건의 수술을 했으며 최근 3년 동안에는 약 40편의 논문을 썼다. 유방 재건술 분야에서도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다닌다. 최초 고려대 의대 외과의사, 최초 의대 수석졸업, 최초 대한외과학회 여성 이사, 최초 국립암센터 여성 원장 등이 이 원장을 설명하는 대명사다. '최초'의 무게를 짊어진만큼 '최선'을 다한다. 이 원장의 좌우명은 '초심을 잃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살자'다. 과거 '도도하게 살자'라는 생활신조에서 연륜과 경험이 보태지며 완성된 좌우명이다. 긍정적인 마음을 넘어 '무한 긍정'의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으며 국립암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 원장을 지난달 26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국립암센터에서 만났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사진/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는 어떤 곳인가.
=국립암센터는 국민의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고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국립암센터법에 의해 2000년 설립, 2001년 개원했다. 올해 개원 17주년을 맞이한 국립암센터는 국내 유일의 암 연구·진료·정책입안·교육을 모두 망라하는 암 전문기관으로서 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 진료를 주 기능으로 하는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의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국가암관리사업본부, 그리고 지난 2014년 개교해 암 연구 및 관리 분야의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로 구성돼 있다. 암에 대한 연구·진료·교육·정책지원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암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올해 국립암센터가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사항은.
=취임사와 신년사를 통해 일관되게 밝혔듯이 국립암센터의 연구자원 개방, 암 연구-진료-정책의 선순환 구조 수립, 중앙호스피스센터 유치로 강화될 국민 중심 의료 서비스, 품위 있고 건강한 사회 구현을 위한 국가 암 관리사업, 암 정복을 위한 대내외 협력 증진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변화하고 발전하는 젊은 국립암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를 포함한 전 직원이 초심으로 돌아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청년정신을 드높일 수 있도록 생동감과 열정이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올해 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들었다. 어려운 점은 없나.
=국립암센터는 제3차 암관리종합계획(2016~2020년)에 따라 암 데이터 통합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암관리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암관리사업 및 연구를 위한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에 새로 구축된 시스템은 국립암센터 내원 환자 49만명의 기록지, 영상정보와 암 공공 데이터를 익명화한 연구 목적용 데이터웨어하우스다. 전국적인 데이터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법령 및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 때문에 암관리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잘 진행됐으면 한다.
 
-국립암센터가 오랜 숙원 사업이던 부속병원 증축에도 착수했다. 기대 효과는.
=국립암센터는 오는 23일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부속병원 착공에 들어가 2020년 완공할 예정이다. 부속병원 증축은 한국형 완화의료 진료모델 개발을 위한 독립된 완화의료 병동 및 소아암 병동 등 민간에서 기피하는 공익적 목적의 병상을 중점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추진됐다. 또 외래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차시설도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솔직히 부속병원 증축으로 병원의 수입면 측면에서 양적팽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질적 측면에서 국립암센터에 대한 공공적 역할이 좀 더 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 의의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이 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에서 진행되는 암 치료 등 차별화된 의료시스템은.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은 최근 많이 도입되고 있는 '다학제적 통합진료'의 효시로 개원 초부터 암 중심의 센터제를 운영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을 중심으로 11개의 질환별 진료센터와 5개의 기능별 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 명의 환자를 두고도 다양한 과의 전문의들이 함께 의논해 진단을 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다학제적 접근이 매우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
 
-국립암센터는 환자 치료와 함께 암 치료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암 연구에 대한 센터 차원의 지원이 있나.
=국립암센터 연구 사업은 정부 출연금을 재원으로 2001년부터 시작한 기관고유연구사업과 외부기관의 위탁을 통해 이뤄지는 수탁연구사업인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국내 암 연구자들을 위해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연구자원을 개방하고,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 종양은행, 실험동물실, 코어랩, 생물의약품생산실, 오믹스코어실험실 등 국립암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암 연구 기반시설과 자원부터 철저한 개인정보보호와 관리 체계 하에 공개·공유하고자 한다. 이 데이터와 암 관련 통계, 진료정보, 유전체 분석자료 등을 연계하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내 암 빅데이터의 중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다.
 
-국립암센터 설립 이후 센터에서 진행된 연구성과는.
=국립암센터 연구소는 공익적 핵심 암 융합 연구, 정밀의학 실현 암 기반 연구, 근거기반 전주기적 암관리 연구, 공공 개방형 암 연구 인프라 운용 등 4대 중점 연구주제를 도출해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본부 등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축적된 기초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중개 연구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 결과, 연구성과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내 연도별 SCI급 논문 건수와 편당 평균 IF(Impact Factor)가 꾸준히 증가했다. 또 창출된 성과 중 우수기술을 발굴, 연구개발 성과물을 지식재산으로 권리화를 통한 연구자 권익보호,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를 통한 성과활용 및 확산을 위해 2013년 기술평가이전센터를 설립해 지속적인 기술료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 41건, 189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국립암센터는 암 연구 인프라 구축과 함께 민간에서 수익성 등을 이유로 수행하기 어려운 공익적 연구·진료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희귀 난치성암, 암환자들에 대한 통합적 지지의료, 호스피스완화의료, 소아암 환자를 위한 연구·진료를 꼽을 수 있다.
 
-국립암센터의 최종 목표는.
=미국의 국립암연구소처럼 암에 대해서는 독보적인 권위를 가진 기관으로 성장해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암센터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고 암 걱정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원장님의 철학은.
=과거에는 인생관이 '도도하게 살자'였다. 정의롭고 공평하려면 도도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건 아닌 것 같고, '초심을 잃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살자'로 바뀌었다. 원장이 되면서 계속 고민하며 경계한 것이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지 열린 마음도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립암센터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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