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종서, ‘버닝’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질문’
“’해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20대…잘 살고 있겠죠”
“노출? 야한 느낌 든단 생각 없었다. 그렇게 보이지도 않고”
입력 : 2018-05-29 17:19:18 수정 : 2018-05-29 17:19:1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오디션을 봤다. 캐스팅이 됐다. 촬영을 했다. 촬영을 마친 영화가 배우들에겐 평생 한 번 있을지 모를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그저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모든 일이 너무도 큰 결과를 가져왔다. 신예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을 통해 배우로 첫 발을 딛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너무 크고 화려한 결과물’은 외부의 시선일 뿐이란다. 자신은 연연하지 않는다고. 그저 배우를 시작하는 새내기일 뿐이다. ‘버닝’을 통해 배우로서의 자세 생각 미래 그 이상을 배웠단다. 그는 이 점이 가장 크고 값진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전종서에겐 이창동 감독 그리고 유아인 스티븐 연과의 작업 과정이 가장 중요했단다. 그에겐 칸 영화제도 영화 흥행도 대중과 언론의 주목도 아직은 피부로 와 닿고 또 느낄 감흥이 아닌 듯 했다. 그저 자신이 막연하게 꿈꿨던 기회가 현실로 이뤄진 것에 대한 감사함만이 더 컸다. 전종서는 그랬다. 그렇게 말했고.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29일 오후 점심 시간이 막 지난 서울 삼청동 한 카페, 그는 ‘버닝’ 속 해미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배우를 꿈꿨다면 의례적인 단편 영화 출연이라 던지 어떤 경험치가 자체의 아우라를 통해 뿜어지게 마련이다. ‘생짜’란 단어가 결코 무리가 아닌 이 신인 여배우에겐 그런 색깔의 모습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색깔을 입히고 목적이 끝난 뒤 그 색깔을 스스로가 오롯이 빼낸 듯한 상상이 동반됐다. 이건 보통 내공이 아니고선 느껴질 수 없는 아우라다.
 
“글쎄요(웃음). 전 언제나 그냥 저 일 뿐이에요. 제작발표회 자리가 제겐 언론과의 첫 만남이라 많이 쑥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고. 공항 논란은 이미 다들 아시잖아요. 그때는 또 저 개인적인 일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드린 것도 있고. 배우란 직업 자체가 자기를 보여줘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보여주고 또 다른 것을 위해 그것을 빼내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빠져 보이는 건지 모르겠네요. 제 안에 ‘해미’는 분명 남아 있어요. 아니 해미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20대 여성이니.”
 
‘관념’이란 단어가 그 어떤 영화보다 가장 많이 사용된 ‘버닝’이다. 그의 말처럼 스스로가 연기한 ‘버닝’ 속 ‘해미’는 어쩌면 평범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20대의 여성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영화에서 종수(유아인)와 벤(스티븐 연)의 감정을 뒤흔드는 매력적인 또 설명 불가능한 지점을 뿜어냈다. 그의 존재가 실체인지 아닌지에 대한 영화 감상평 속 분석은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이 ‘버닝’을 설명한 ‘미스터리’와도 맞닿아 있었다.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해미’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일까? 글쎄요(웃음)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영화에선 종수가 계속 ‘우물’의 진위여부를 놓고 의심을 품잖아요. 벤을 통해서도 해미의 실체가 정말인지 아닌지 뚜렷이 설명되는 장면도 없고. ‘우물’은 감독님이 오히려 저한테 물어보셨어요. ‘있는거냐?’라고. 글쎄요. 제 생각에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봤어요. 그래야 해미와 벤 그리고 종수의 관계가 설명이 되고. 해미의 생사도 설득력이 있어질 것 같았어요. 해미요? 글쎄요. 존재할까요?(웃음)”
 
‘버닝’을 본 관객이라면 해질녘 하늘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전종서의 모습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상반신 누드로 춤을 추는 이 장면은 극중 ‘해미’가 대마초를 피우고 몽롱한 상태에서 벤과 종수를 뒤로 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다. 몽환적이고 관념적인 이미지로 ‘버닝’ 자체를 대변하는 한 장면으로 꼽는 관객들이 많다. 인공 조명을 배제한 채 어슴푸레한 해질녘의 빛이 담아낸 해미의 나체는 ‘야함’을 그린다기 보단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었다.
 
“영화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시나리오에는 한 줄? 두 줄이 조금 안되나? 간단한 텍스트로 정리가 돼 있었어요. 그 장면 이후 해미가 사라지고 종수가 해미를 찾아나선 여정이 시작이 되니 아주 중요한 시퀀스였죠. 현장에선 감독님이 제게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해주셨어요. 한 3분 정도 음악에 맞춰 마임을 준비해 갔는데 다 치워버리고 새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 냈던 것 같아요. 그 장면만 한 4일 정도 찍었나? 그 해질녘이 너무 짧은 시간이라 3일 정도 리허설만 했어요.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딱 한 번에 찍었죠.”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버닝’을 설명할 때 ‘노출’이란 코드를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이 영화가 기획될 당시 ‘파격적 노출’이란 단어가 언론에 가장 큰 주목을 끌었다. 앞서 설명한 장면에서도 전종서는 상반신 누드로 감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 밖에 영화에서 ‘종수’를 연기한 유아인과 베드신도 소화했다. 많은 메시지와 질문을 담은 영화이지만 자칫 ‘노출’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고 관심을 끌게 된 것에 여배우이자 주인공으로서 생각이 궁금했다.
 
“상업적인 코드로 ‘노출’을 사용한 것은 아니란 점을 ‘버닝’을 보신 관객이라면 분명히 아실 수 있을 거에요. 물론 감독님이 그 지점을 처음부터 부각 시키신 건 절대 아닌 것도 알고요. 일반적으로 노출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관념? 그게 정확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말 자체가 갖고 있는 개념으로서 ‘버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단 것에는 좀 부정적이에요. 물론 노출 장면을 찍을 때도 야한 느낌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촬영을 했구요. 그 장면을 보시고 야한 느낌도 안들잖아요(웃음)”
 
배우란 보여주는 직업이고 그것에 편견이나 선입견 혹은 거부감 자체가 없었기에 노출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단다. 결과적으로 노출과 관련된 코드가 ‘버닝’을 예상 밖의 평가로 이끌어 가는 지점도 있었기에 작품의 의도와는 다른 지점도 분명히 드러나고 말았다. 단지 노출 때문이라면 말은 안되지만 ‘버닝’ 속 여성관에 대한 악평 특히 국내에서의 반응은 ‘버닝’ 측에는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여성을 소비적인 지점으로만 그려냈단 평가에 대해 우선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감독님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경험한 감독님은 전혀 없으셨던 것 같아요. 글쎄요. 왜 여성만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하는지 좀 불만이긴 해요. 반대로 남성이 그렇게 그려지면 같은 악평이 나오지는 않잖아요. 전 ‘버닝’ 속 ‘해미’의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당당함이 너무 좋았어요. ‘버닝’ 속 여성관을 그렇게 보는 시각을 부정하지는 않아요. 그럴 수도 있으니.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 아닐까요.”
 
전종서가 언급한 ‘보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는 지점을 대입할 가장 좋은 사건이 본인에게 있었다. 바로 칸 영화제 출국 전 경험한 ‘공항 사진’ 논란이었다. 당시 ‘버닝’ 배우와 감독의 칸 영화제 출국 현장은 언론에 비공개였다. 그럼에도 일부 매체의 무리한 취재가 발단이었다. 전종서는 퉁퉁 부은 눈으로 언론사 카메라에 모습이 찍혔다. 얼굴에는 당혹감과 짜증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모습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뒤 즉각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순간에 전종서는 생각지도 못한 뭇매를 맞았다.
 
“(웃음) 제가 능숙하게 대처를 못한 거죠. 첫 번째 오디션으로 출연한 영화이고 이제 딱 한 작품 촬영한 제가 능숙함을 얘기하는 것도 웃기지만 뭐 제 잘못이 커요.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이 있어서 오는 차 안에서 많이 울었거든요. 차에서 내리고 너무 당황해서 그랬죠. 당시 일로 의연하게 대처를 하는 방법을 키워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글쎄요.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들어요. 공항에선 배우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룰이 있나? 그 룰 안에서 조금이라고 벗어나면 틀린 건가? 그게 틀린 건가? 중요한 건 내 자신 아닌가? 물론 제가 잘한 건 아니에요. 잘못이 있다면 설명을 하고 용서를 구하면 되죠. 하지만 한 가지 말씀 드릴 건 저 자신 본연의 모습은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요. 언제나.”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그는 ‘버닝’을 통해 배우서 생각과 자세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 나아가 인간 전종서로서 살아가는 방법까지도 배운 것 같다고 한다. 영화의 흥행과 평가는 사실 자신이 지금 생각할 지점은 아니란다. 이번 영화로 앞으로 만날 그 어떤 작품에서도 가져올 수 없는 가장 큰 것을 얻게 됐단다.
 
“올해 25세에요. 그냥 이 영화를 하면서 ‘그렇게 잘 살아’라는 말을 누군가 저에게 한 것 같아요.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청춘으로서의 삶을 살라고. 해미도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요? 본인이 행복한 무언가를 위해 그곳으로 간 것 같아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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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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