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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북미 싱가포르 합의, 65년간 적대관계 종식…평화로의 대전환
'CVID-CVIG' 대신 '완전한 비핵화-북 체제보장' 명시…곧 후속협상 착수
2018-06-12 17:47:51 2018-06-12 17:51:08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도출해낸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은 북미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동시에 정전 상태인 한반도를 평화의 시대로 이끌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양 정상의 이날 합의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1953년 정전 이후 65년 동안 이어져 온 양국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새로운 관계 수립’에 노력하기로 합의한 선언적 의미는 가볍지 않다.
 
북미는 합의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을 주제로 포괄적이고 심층적이며 진지한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했다”며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요구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를 대신한 표현이다. 상대방이 당장 지키기 어려운 것을 압박한 것이 아닌,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 서로 한발씩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합의사항은 4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제1항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와 제2항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양국관계의 개선을 약속하는 일종의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주목되는 것은 제3항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은 물론 연내 종전 선언과 다양한 민간·경제 교류 등을 합의했지만, 미국의 협력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한 부분이 다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미합의문에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대북제재 해제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제4항은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다. 이는 양국이 당장 실행이 가능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신뢰를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합의문에서 “북미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관련한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조속한 시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즉 후속 협상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들이 구체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고위급 관리’로 담당자를 표현한 것과 달리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을 대표로 못박은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선언으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강경파가 북미협상에 끼어들 틈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폼페이오 장관 재임 기간 후속협상들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당장 13일~14일 한국을 방문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방안을 논의한다. 방한 첫 날인 13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이어 고노 타로 일본 외무대신과 함께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한다. 14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서 많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배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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