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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가시화…문 대통령 운전자 중요성 높아져"
정전협정일 맞춰 종전선언 가능성도…"미 행정부·군산복합체 반응이 관건"
2018-06-13 17:44:33 2018-06-13 17:44:33
[싱가포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트타임스는 13일자 신문 머릿기사 제목을 ‘평화를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First step on long road to peace)으로 정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서다.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미회담을 통해 향후 종전선언으로 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으며, 후속협상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13일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을 내놓는데 대해서는 “협상 과정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현실의 흐름과 동떨어져 보인다”고 했다. 북미 정상이 만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존 한반도 외교환경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정상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이에 상응하는 북측 고위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종전선언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날 싱가포르 스위소텔 더 스탬포드 코리아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성과와 전망’ 포럼에서 “비핵화 과정에서 임박한 위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와 종전선언을 연결하는 타협이 이뤄진다면 7월27일 정전협정 기념일에 맞춰 남북미 3자가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정치적 이벤트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실무차원의 논의는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추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점에는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대하고 싶다. 아마 대단히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도 수락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우는 한반도 운전자론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미 양측은 각자를 100% 못 믿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보증인’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며 “(평화체제·비핵화를 위한) 관문을 지났기에 한국 주도와 다자체제 양방향의 속도전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 합의문에 3항에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두고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부담을 줄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철수 등 한국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문제는 피해가면서 북한이 자신들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는 전략자산 전개·대대적인 연습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이 북미 간 균형자 역할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확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과정에서 F-22 등이 참가한 한미 연합공중훈련(맥스선더) 실시를 이유로 내세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을 뒷받침하고 있는 군산복합체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전략무기 전개 취소와 훈련규모 축소는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준형 교수는 “(지난해 11월) 우리 군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결정만 놓고도 군산복합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사라진다며 반발한 바 있다”며 “미 행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합의문 4항에 미군 사망·실종자 유해발굴 문제가 포함된 것을 두고선 향후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해 송환문제가 인권문제 중 제일 다루기 쉬운 것이며 다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등으로 미국 내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북제재 완화와 향후 남북 경제협력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고유환 교수는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 관련 진정성 있는 행동과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를 완화할 생각 없다는 것은 확고한 원칙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위반되는 남북 경협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정부도 확고한 입장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준형 교수는 “큰 물꼬가 터졌는데 되돌릴 수 없는 시점 되면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며 “제재를 쥬지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일사분란한 경제제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의외로 제재가 빨리 풀리고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12일 싱가포르 스위소텔 더 스탬포드 코리아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성과와 전망’ 포럼에서 고유환 동국대 교수(왼쪽)와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싱가포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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