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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제로페이…카드수수료 인하로 이어질까
연말 서울시·부산·인천·전남·경남 동시 시범운영
의무수납제 폐지 맞물려 인하 압력 커질 듯…인위적 개입대신 소비자 중심 정책 전환 필요
2018-07-31 17:05:01 2018-07-31 17:05:01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경감을 위해 도입되는 제로페이가 연내 시범운영되는 가운데 연말로 예정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심사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제로페이 활성화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정부분 카드사의 시장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면 수수료 인하 유인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연말에 서울시와 부산, 인천,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4개 광역지자체가 동시에 시범서비스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QR을 포함한 허브시스템 구축·운영을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 중소벤처기업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8월 말까지 운영되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페이의 기본 개념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직불 결제 플랫폼을 도입해 결제수수료를 대폭 낮춘다는 것이다. 기존 간편결제 사업자가 소상공인에게 0%대 수수료를 받기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고, 대신 서울시와 중기부 등은 통합QR을 비롯해 사업자가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지원한다.
 
일단 정부는 제로페이 사용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해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체크카드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신용카드(15%)보다 두 배 높은 30% 소득공제를 적용했지만 지난해 기준 체크카드 이용률은 건수, 금액 기준 각각 15.5%, 10.4%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페이가 카드사에 위협적인 건 의무수납제 폐지 논의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카드 결제 소비자에게 수수료 비용 전가가 사실상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카드 사용 유인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대체 결제수단으로 등장한 제로페이가 신용카드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의무수납제 폐지와 제로페이 활성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압력이 커지는 만큼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개입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인해 카드사들이 협상력 낮은 일반가맹점에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는 식으로 수익구조를 유지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기업 가맹점은 1%대 수수료를 내는 반면 매출액 5억원 이상의 일반가맹점은 최고 수수료율인 2.5%를 내고 있다. 일반가맹점주들은 대기업 가맹점의 할인혜택 등 마케팅비용을 포함한 실질수수료율은 0.7%대로 3배 이상 차이난다고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가맹점은 낮은 수수료를 책정한 카드사를 선택할 수 있고, 제로페이가 선택지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카드사와의 관계에서 협상력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 제로페이가 얼마나 시장을 위협할지 아직은 미지수"라면서도 "다만 현재 카드사는 가맹점 유치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카드회원만 늘리면 되는 시장구조인데,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카드사는 가맹점 모집을 위해 제로페이를 포함해 가맹점 모집을 위해 경쟁하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카드수수료를 포함한 정부의 금융정책이 소비자 관점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교수는 "정부의 핀셋 규제로 인한 시장 왜곡으로 대기업과의 차별적인 수수료 구조가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가맹점주를 포함한 금융소비자의 협상력을 높여 카드사의 독점적 행태 막는 게 바람직하다"며 "소비자 보호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포함해 강력한 집단소송을 도입해 금융사가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함부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훈 교수는 "가맹점이 카드를 거부할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연회비 등이 높다고 생각해 카드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며 "가맹점의 협상력을 제한하는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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