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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의료용 대마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 접목했죠"
권용현 프라즘 디렉터 "대마, 치매·간질에 특효…해외선 건강식품으로 구매하기도"
대마 관리·유통 협회 설립 추진…"관련법 제정 시급"
2018-08-02 06:00:00 2018-08-02 06:41:31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마는 뇌전증(간질), 알츠하이머, 뇌종양 등 질환에 치료 효과가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선 마약으로 분류돼 의료용 목적으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대마 성분 의약품의 허가를 확대하는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 정부도 대마 성분 의약품을 국내에 합법적으로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프라즘이 국내 대마 성분 의약품 관리·유통 구축을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권용현 의사(38, 헤일로코리아 대표이사, 프라즘 웰니스 디렉터)는 금기에 맞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의료용 대마를 필요로 하는 희귀·난치 질환자에 대한 의약품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용현 프라즘 디렉터가 의료용 대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해외직구로 대마오일을 구입했다가 곤혹을 치르게 되면서다. 의사로서 대마오일에 대한 학문적인 호기심이 화근이 됐다. 권 디렉터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2000~2007년)하고 최근(2008~2017년)까지 의원을 운영한 개원의다.
 
 
"지난해 해외에서 식품으로 유통되는 대마오일을 사용해보고자 샘플로 5개를 해외직구로 주문했다. 대마오일은 대마를 압착해서 오일을 짜낸 제품이다. 불안장애, 수면장애, 소아 경련 발작, 통증 등에 효용이 있으며, 중독성과 의존성이 없어서 해외에선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환각성분이 없어 법적으로 식품에 가깝다. 실제로 건강식품으로 분류돼 마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권 디렉터는 관련 당국으로부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장기간 조사를 받게 됐다. 고초를 겪었지만 오히려 의료용 대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의료용 대마가 난치성 환자들에게 대체불가능한 의약품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대마 성분 의약품은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대마는 뇌전증, 치매, 다발성 경화증, 경련 등 난치성 질환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지며, 이 같은 효과는 수많은 해외 논문과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일찌감치 '마리놀', '사티벡스', '드로나비놀' 등 대마 성분 의약품을 허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 6월 첫 대마 의약품 '에피디올렉스'를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로 허가했다. 전 세계 의료용 대마 시장은 2025년까지 558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긴 한데, 건강상태에 따라 운전면허처럼 라이선스를 가진 사람에게 대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도 한다. 라이선스가 있는 사람은 의료용 대마를 상점에서 간단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의료적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대마는 마약류로 취급되며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법 상으론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 조항조차 없다."
 
대마 추출물 의약품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식약처는 환자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해 대체치료 수단이 없는 뇌전증 등 희귀·난치질환들이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의약품을 수입해 자가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에선 의료용 대마의 허용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오남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권 디렉터는 블록체인 기술을 주목했다. 그는 올해 5월 생체정보 활용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프라즘에 참여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의료용 대마의 관리·유통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손쉽게 대마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다고 권 디렉터는 설명한다. 프라즘은 파트너사인 캐나다 요크브릿지와 공동으로 이스라엘 의료용 대마 제조사 티쿤 올람(Tikun Olam), 캐나다 의료용 대마 제조사 바이오미(Biome)의 대마 의약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IoT(사물인터넷, 여러 사물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 기술을 기반으로 대마를 필요로 하는 환자의 생체정보를 수집해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생체정보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맞는 대마오일이나 대마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때문에 불법 유통이 불가능하다. 수입과 유통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마 사용 전·후 건강 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권 디렉터는 식약처 산하 단체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 발족을 주도하고 있다. 이 협회는 대마 의약품의 수입, 유통, 판매허가를 대행하게 된다. 의료인, 제약사 대표,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변호사, 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오는 8월12일 창립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의료용 대마 환자권리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위해선 관련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용 대마의 전면 허용을 위해선 대마 수입과 유통에 관련된 시행령이 제정돼야 한다. 시행령부터 빨리 만들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프라즘이 우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그것을 근거로 관련법을 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9월 국회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료용 대마 산업의 활성화에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라즘은 플랫폼으로서 의료용 대마 산업의 장을 열어놓고 환자와 제조·유통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의료인으로서 사업가로서 행위는 다르지만 인간을 건강하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업은 동일하다. 앞으로 프라즘은 의료용 대마뿐만 아니라 원격진료(해외), 줄기세포 생체정보 매칭, 명상, 요가, 필라테스 등웰니스 오프라인 센터 등 웰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권용현 프라즘 디렉터가 미국 LA에서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프라즘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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