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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소공연' 압박했다고? 야당 성향 인물도 참여"
소공연 정치개입 논란 새국면… "여당 압박 프레임은 부적절"
2018-10-19 13:12:09 2018-10-19 15:25:05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올해 초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선거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소상공인연합회 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에 자유한국당 골수 지지자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정추위에 민주당 당원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과 현 정부가 소공연을 탄압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한당 성향 인물도 참여한 만큼 정추위를 특정 정치 단체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추위에 참여한 강세진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사무총장은 2012년 대선 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해온 골수 친박 인물이다. 대선 당시 박 후보를 위한 유세 연설을 한 전력이 있고 친박연대를 거쳐 새누리당 등에서 꾸준히 지지자로 활동해왔다. 올해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는 자유한국당 디지털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현재도 정당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강 사무총장은 "대표 명의로 서명을 했기 때문에 임총재 회장 이름이 포함돼 있지만 외부 활동 일체를 나에게 일임했다"며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최승재 회장의 행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추위가 꾸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언주 의원은 정추위가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민주당 소상공인특위)와 중소벤처기업부에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셀프 청원' 의혹을 제기했다. 정추위에 참여한 정인대 정추위 위원장과 전순옥 전 의원이 민주당 소상공인특위에서 각각 부위원장,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지난해 말 민주당 소상공인특위 행사에서 정추위 참여 인사와 대화하는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고 "여당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반대 시위에 나선 소공연에 압력을 가한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난 4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정인대 소상공인연합회 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강세진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사무총장(가운데) 등 고발인 5명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정인대 위원장 제공
 
이에 대해 정추위 측은 소공연 회장 선거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정추위에 모였을 뿐 특정 정치세력을 띤 단체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추위는 지난 2월 회장 선거 당시 소공연 소속 단체 중 일부가 회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조직됐다는 것이다. 전체 27명 가운데 민주당 당적을 가진 4명을 제외하면 강세진 사무총장을 포함해 민주당과 무관한 인사가 모였다는 설명이다. 일부 단체는 소공연이 부당하게 피선거권을 박탈했다며 법원에 '임원선거 공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선거는 2월23일에서 3월30일로 미뤄지기도 했다.
 
오히려 정추위 측은 중기부가 선거 과정의 문제를 방관해 현 최승재 회장 선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강 사무총장을 포함한 일부 정추위 인사가 중기부 관계자를 만나 소속 단체 자격 문제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기부는 선거 과정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후 중기부는 선거가 끝난 5월에서야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단체 61곳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각 단체를 관할하는 16개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 확인을 요청했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6곳에 대한 시정조치를 소공연에 요구했다. 자격이 미달된 단체가 선거에 참여했는지 여부 등을 중기부가 꼼꼼히 확인했어야 한다며 소극적으로 일관했다는 게 정추위 측 판단이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중기부 국감에서 "다른 부처를 동원해 소공연 소속 단체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정치적인 탄압"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홍종학 장관은 "소공연 회원단체 자격에 대한 감독 요청이 들어왔는데 소속 단체 관할 기관을 통해 현황을 파악했을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홍 장관과 정추위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홍 장관이 민주당 소상공인특위 행사에 방문한 것은 지난해 12월인데 비해 정추위는 올 2월에 조직됐다. 정인대 정추위 위원장은 "홍 장관과 특위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며 "강연자로 온 홍 장관과 민주당 내 소상공인계 인사들이 우연히 한 자리에 앉았을 뿐이기 때문에 홍 장관은 나를 모른다고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17일 국감 당시 홍 장관은 "정추위를 모른다"고 언급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역시 검찰이 최승재 회장에 대한 수사에 나선 데 대해 "표적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불기소 의견 송치된 사건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고발인 측은 경찰이 부실한 수사를 했다며 검찰에 재수사를 의뢰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최 회장을 배임·횡령으로 검찰에 고발할 당시 정인대 위원장과 함께 강세진 사무총장도 고발인에 이름을 올렸다. 고발인에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혜성 전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도 포함돼 있다. 
 
강세진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해왔지만 단체의 중립을 위해 정당 가입을 안했는데, 일부 정추위 인사가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어 야당이 정치 공세를 펼칠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승재 회장 선거 과정과 과거 최 회장의 배임·횡령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정추위가 모였다. 여당이나 정부가 소공연을 압박한다는 프레임으로 몰고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치러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최승재 당시 후보가 당선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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