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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구글세' 논의 본격화…"구글세 도입, 무역 마찰 우려"
"애국심·과세수입만 보고 따라가면 안돼"
2018-11-28 17:00:59 2018-11-28 17:00:59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제대로 된 세금을 거두자는 디지털세, 일명 '구글세' 입법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은 디지털 경제 조세 역시 무역 마찰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국제 논의를 따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8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한국국제조세협회 국제조세컨퍼런스'에서 "디지털 기업 과세 문제는 국제 조세 논의를 따라가며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과세 수입과 정치 논리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 2017년 구글세를 도입해 약 1억달러의 세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호주의 구글세 도입도 집권당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선거용 제도라는 비난을 받았다.
 
구글세 입법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 시작됐다. 2020년 마무리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OECD는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EPS) 프로젝트'를 지난 2015년부터 시작했다. 종속대리인 요건 완화, 독립대리인 요건 강화 등 고정사업장 개념을 확대했다. OECD는 2020년까지 최종보고서를 마련해 국제 사회 규범을 정립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온라인 광고 매출, 사용자 데이터 판매, 온라인 상거래 중개 등 매출에 3%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의 2%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 등이 구글세 도입안을 발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무역마찰을 우려하며 국내가 나설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훈 교수는 "한국은 'BEPS 방지 다자협약' 유보 의사를 밝혔다"며 "구글세 도입에 국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국내 세법만 바꾸면 되지만 상대 국가와 무역·외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봉 성균관대 교수는 "디지털 기업만 고정사업장 개념을 소비 주체국으로 바꾸는 것은 특정 기업만 차별하겠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EU 일부 국가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의 본사가 있는 미국 정부 눈치를 보며 구글세 도입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싱크탱크인 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의 이호석 센터장도 구글세 역풍을 우려했다. 이 센터장은 "한국과 같은 수출 의존 국가는 미국 정부 차원의 무역 보복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는 한국의 디지털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글세 도입은 국내에 투자한 해외 기업이 떠날 유인책을 주는 것"이라며 "조세 형평을 주장하는 애국심에 글로벌 기업 과세를 추진하면 유능한 납세자를 국내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한국국제조세협회 국제조세컨퍼런스'. 사진 왼쪽부터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이호석 ECIPE 센터장, 이준봉 성균관대 교수, 이경근 협회 부이사장, 존 벨라 옥스포드대 교수,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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