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 감독 4인 방이다. 이른바 충무로 감독 ‘F4’로 꼽힌다. 관객들이 선호하는 스타 배우들의 출연 여부에 따라 영화의 흥행이 좌우된다. 감독 중에도 이런 케이스는 분명히 있다. 앞서 거론한 4인이다. 이들 감독의 연출작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봐야 한다’는 영화 마니아들의 믿음이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들의 성적표는 그다지 시원치 않았다. 충무로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F4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소문도 돌았다. 최근 한국영화의 기획력 부재가 흥행 악재로 이어지고 있다. 시기 적절한 시점이다. 이들 4인의 흥행 잠재력이 고픈 충무로다. 절치부심을 하고 있는 이들 4인의 거취가 궁금하다.
영화 '군함도' 제작 현장에서의 류승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류승완 감독, ‘군함도’ 악재 털어낼까
2012년 ‘베를린’(716만), 2015년 ‘베테랑’(1341만) 단 두 편으로 2000만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들였다. ‘충무로 액션 키드’에서 일약 충무로 흥행 대가로 발돋움했다. 2017년 총 제작비 270억 규모의 대작 ‘군함도’를 들고 다시 충무로에 나섰다. 연이은 흥행 성공에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의외였다. ‘군함도’는 약 800만의 손익분기점에 한 참 못 미친 659만을 끌어 들이는 데 그쳤다. 스크린 독과점 역사 왜곡 논란까지 겹치면서 흥행 악재가 터졌다. 당시 류승완 감독과 ‘군함도’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류 감독 부인)는 두 논란과 관련해 각종 영화 단체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불편한 속내가 아니었다. 보다 활발한 의견 개진을 위한 선택이었다.
이후 류 감독은 두문불출 중이다. 현재까지 신작 제작 여부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기획 중인 ‘베를린2’ ‘베테랑2’ 가운데 한 편으로 복귀한다는 루머만 나오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두 작품 모두 외유내강 측에서 기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나리오 여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류 감독이 올해 안에 신작을 들고 복귀할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올해 연말에 신작 연출 여부가 결정되고 내년 여름 시즌에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지운 감독.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김지운, ‘인랑’을 지워라
국내 영화계에서 최고의 스타일리쉬 액션 장인으로 통하는 김지운 감독에게 2018년 정말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다. 160억 프로젝트이자 김지운 감독이 무려 5년 동안 준비를 해온 기대작이었다.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원작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강화복 액션이 실사로 어떻게 그려질 지가 관건이었다. 김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가장 잘 맞아 떨어질 작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정작 개봉 이후 완성도와 함께 개연성 문제가 거론되면서 최종 관객 수 89만이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사실상 김 감독의 충무로 은퇴작이 될 것이란 루머가 거의 기정사실처럼 떠돌았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새로운 변화일까. 김지운 감독의 거취는 의외의 지점에서 전해져 왔다. 현재 프랑스 드라마 연출을 하고 있다. 프랑스 카날 플러스에서 제작하는 4부작 드라마 ‘클라우드47’ 연출을 맡았다. 당초 제작과 각색 작업에만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연출로 방향을 돌렸다.
김 감독의 참여로 ‘클라우드47’에는 한국 배우 참여까지 고려되고 있다. 프랑스 정계를 뒤흔든 대만 무기 로비스트 실화를 그리고 있지만 스토리에서 한국 로비스트로 배역이 교체될 예정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인랑’의 실패도 있지만 ‘로보캅’과 같은 강화복 액션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이 새로운 기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년쯤이면 김 감독의 신작 여부 밑그림이 알려질 것 같다”고 뉴스토마토에 귀띔했다.
(좌) 박찬욱 감독 (우)봉준호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NEW
♦ 박찬욱-봉준호, 영원한 투톱 신작은?
먼저 박찬욱 감독은 2016년 ‘아가씨’ 연출 이후 국내 영화 연출 소식이 없다. 해외 드라마 연출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 환경이나 여러 요건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가운데 각 나라의 거장 감독들이 속속 드라마 연출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감독이 연출한 첫 드라마는 영국 BBC와 AMC의 6부작 TV미니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이다. 지난 해 11월 영국과 미국에서 방송됐다. 일단 해외 매체의 찬사와 호평이 쏟아졌다. 반면 일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감독의 연출이라 미묘한 흔들림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박 감독은 당분간 해외 작품 연출에 매진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올해 ‘기생충’으로 국내 영화계에 복귀한다. 2013년 ‘설국열차’, 2017년 ‘옥자’를 선보인 바 있지만 각각 한국과 프랑스 합작, 넷플릭스 제작 등 국내 자본 영화는 아니었다. 봉 감독은 2009년 ‘마더’ 이후 국내 자본 영화 연출은 무려 10년 만인 셈이다. 일단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영화는 전원이 백수인 한 가족의 얘기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올해 칸 영화제 출품이 일찌감치 확정돼 있는 작품이다.
한 투자 배급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봉준호 감독만이 신작을 선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내년쯤이면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감독의 신작 소식도 들려올 것 같다”고 전했다.
충무로의 한국영화 침체기, ‘F4’ 감독의 빠른 컴백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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