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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의전비서관 내 자리 아냐"···사의 진정성 재차 강조
"밑천·바닥 다 드러나···나 한 명 빠진다고 청와대 문제 안생겨"
2019-01-16 12:01:45 2019-01-16 12:01:4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16일 "바닥났다. 밑천도 다 드러났다"며 "저도 다시 채워야 할 때"라는 말로 청와대에서 나가겠다는 뜻을 다시금 밝혔다. 탁 행정관은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고 있다.
 
탁 행정관은 이날 오전 일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나가고 싶고, 나가겠다고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행에 옮겼으며, 이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그는 일각에서 언급하는 '의전비서관 승진'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많은데 안 그러셔도 된다. 제 자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탁 행정관은 "기획자이며 연출가가 어떤 일을 그만 둘 때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며 "그 일이 끝났거나,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거나, 입금이 안 되었거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닥 났다. 밑천도 다 드러났고, 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다 했다"면서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도 다시 채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체할 인물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20개월 동안 제가 혼자 일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행사는 그저 찻잔 하나 놓는 일이라 해도 많은 고민과 협의·협업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또 "누구 한 명 빠졌다고 일이 안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을 빼고는 누구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탁 행정관은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16년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 대통령의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에 동행했을 정도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또 이명박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모두 포함된 소수의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면서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각종 행사들을 진두지휘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호프미팅, 1·3차 남북 정상회담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과거 자신의 저서 일부내용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는 등 구설에 올라 정치권과 여성단체의 사퇴공세에 직면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사의를 밝혔지만,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이 남북 정상회담 등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하며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했다.
 
탁 행정관의 이번 사의 표명은 임 전 실장 등 '1기 청와대'가 지난 8일 물러나는 것에 맞춰 자신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내부에선 마땅한 대체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표 수리 여부를 고심하고 있지만, 두 번이나 사의를 표명한 탁 행정관을 더 이상 붙잡아두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기류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가운데)이 남측 윤상 음악감독,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지난해 4월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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