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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재계시각)‘100번째’ 이길 거부한 원숭이, 과감히 정리해야 혁신 성공
윤종용 전 부회장의 교훈…임계치 이상 바뀌면 조직 변화
2019-02-07 00:00:00 2019-02-07 0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1950년경의 일이다. 일본 규슈의 미야자키현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 위에 둘레가 4킬로미터 정도인 조그마한 섬 안에,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일본 원숭이가 20여마리 서식하고 있었다. 교토대학 영장류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이 원숭이들에게 고구마를 먹이는 실험을 시작해 2년쯤 지나 마침내 성공했다.
 
고구마를 먹기 시작한 원숭이들은 고구마에 묻은 흙을 처음에는 손으로 털어서 먹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한살 반이 된 어린 암놈이 고구마에 묻은 흙을 강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 이 행동을 어린 원숭이와 어미 원숭이들이 따라했다. 그리고 약 4년 후에는 20마리 중 15마리가 물에 씻어 먹었다.
 
어느 해 날씨가 가물어 강물이 말라 버렸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바닷가에 가서 바닷물에 씻어 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닷물에 씻은 고구마는 염분 덕분에 더욱 맛이 있었다. 그 후 원숭이들은 계속 바닷물에 씻어 먹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바닷물에 씻어 먹기가 정착된 지 10년이 지나도 12세 이상 된 놈들은 고구마를 씻어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더 많은 시간이 지나, 같은 규슈 오이타현의 어느 산속에 사는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것이 발견됐다. 두 무리의 원숭이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지만, 물에 씻어 먹는 행위가 미야자키 부근의 섬에서 오이타의 산속으로 전파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 현상을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라이얼 왓슨(Lyall Watson)이 그의 베스트셀러인 <생명조류>라는 책에 이론화해 발표했다. 그는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원숭이의 수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이 행동이 그 무리들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장소의 무리들에게까지 전파된다고 주장했다. 이 임계치를 편하게 ‘100마리’로 수치화하고 ‘100마리째의 원숭이 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어떤 행동을 동일하게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 임계치에 도달하면, 그 행동이 그 집단뿐만 아니라 거리와 공간을 초월해 다른 집단으로 전파된다고 이론화했다. 또한 이는 생물의 진화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현상에도 적용되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생물이나 인간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임계치 이상의 수를 변화시키거나 혁신시키면, 그것이 전파되어 나머지도 쉽게 변화한다. 나아가 사회의 유행도 이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임직원들을 위해 저술한 <초일류로 가는 생각>에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100마리째의 원숭이 현상’을 사례로 소개했다. 혁신을 위해서는 시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인정하는 개체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스스로 경영혁신 활동의 가치를 느끼고 기꺼이 동참하는 '100번째 사원'이 나타나는 순간 경영혁신 활동은 어느새 누구나 동의하는 사고방식으로 순식간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 전 부회장은 이 사례에서 한 가지를 더 발견했다. 나이 먹은 것과 수컷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변화를 선도하는 것은 젊은 것들과 암컷이었다는 사실이다. 기득권층은 변화를 막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회사에 헌신한 그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도 없다. 윤 전 부회장은 최고경영자(CEO)라면 저항세력과 기득권층을 설득하고 감싸안고 혁신에 동참시켜야 하지만, 100마리째의 원숭이 사례처럼 변하지 않는 사람은 안변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과감히 포기하고 정리하라고 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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