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인사이드)연7%대 후순위채의 반란
`100만원에도 산다`.. W저축銀 후순위채 인기
'스마트 고객 + 마케팅 전략' 결합 효과
2010-04-20 10:00: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대형저축은행 후순위채도 미달이다. 그런데 지점 2개 짜리 중소형 저축은행이 이자를 덜 주겠다고 했는데도 후순위채 예약을 성공적으로 끝내 화제다. 스마트한 고객, 은행의 전략적 마케팅이 결합된 결과다.
 
◇ 대형사 일제히 청약 미달..'충격'
 
저축은행 후순위채는 '금융자산가'들에게 알짜 상품이었다. 만기가 길고(5년이상) 은행 부도시 돌려 받을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1개월 혹은 3개월마다 8%대 높은 이자를 꼬박꼬박 주기 때문이다.
 
<대형저축은행 후순위채 경쟁률>
 
  2009 2010
한국 2.2 0.9
솔로몬 3.7 1.1
제일 1.6 0.8
(주 : '1'이하가 미달)
 
그런데 자산 10조원 업계 2위 한국저축은행(025610)이 미달 사태를 겪더니 제일저축은행(024100)도 미달됐다. 대형사 중 솔로몬저축은행(007800)만 간신히 1:1 경쟁률을 넘겨 겨우 체면을 지켰다. 작년 경쟁률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관계자들은 모두 '이미지'를 말한다. 전북 전일저축은행 파산, 건설 불경기에 따른 부동산 PF대출 불안이 업계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는 얘기다.
 
◇ 후순위채 문의 장사진
 
하지만 지난 주 수요일 학동역 인근 W저축은행을 찾았을 때는 그런 '공포'가 느껴지지 않았다. 고객 상담실까지 후순위채 업무팀이 가득차 정신이 없었다. 10여개 창구마다 후순위채를 묻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W저축은행 전경
 
후순위채 예약을 끝낸 지난 16일, 경쟁률은 1.52:1를 기록했다. 대형사도 아니고 지점도 학동, 강남역 등 두 군데에 불과하다. 더구나 다른 은행이 8%대 이자로 유혹할 때 W저축은행은 7%대 이자 밖에 못주겠다고 했다.
 
비결이 뭘까? 
 
김태권 W저축은행 과장은 "이제 88클럽은 기본이다"라며 말을 시작했다. '88클럽'은 저축은행의 건전성 잣대로 국제결제은행(BIS)비율 8%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이하에 해당되는 은행을 말한다.
 
김 과장은 "똑똑한 고객들이 늘었다"며 "고객들이 기본자본비율(Tier1)을 먼저 파악해 은행에 온다"고 말했다.
 
기본자본비율이 높은 것은 은행이 외부 빚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돈으로 장사하는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빚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덜하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이 앞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할 때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도 확충하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W저축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은 6.91%로 7%에 가깝다. 대형저축은행들은 대체로 5%대 초반에 그쳤다.
 
'롱테일(long-tail)'마케팅도 한 몫 했다.
 
대체로 후순위채는 500만~1000만원 단위로 판매된다. 원금보장도 안되고 목돈이 들기 때문에 서민과 직장인들은 엄두를 못낸다.
 
W저축은행은 청약 금액을 낮춰 최소 금액이 100만원이었다. 저금리 시대에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일반은행 이자보다 7%대 후순위채 채권이 매력적인 건 당연하다.
 
'거액자산가'들이 겁내며 돈을 맡기지 못하는 사이에 평범한 직장인들의 '몇 백만원'이 모이고 모여 가뿐히 예약금액을 넘어선 셈이다. 
 
◇ 인수 1년만에 자산규모 2배
 
사실 금융당국은 W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달갑지 않아 했다. "경영 성과가 좋은데 후순위채를 굳이 발행할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리딩밸류펀드가 재작년 영풍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이 은행은 1년 만에 자산규모 2배, 당기순익은 20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오히려 후순위채를 처음 발행한 것이 매력이었다. 만기상환되는 후순위채 잔액을 또 다른 후순위채로 갚는 악순환이 당장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달 지급 이자를 다시 은행으로 들여와 연 6.6% 적금으로 불입할 수 있는 전략도 유효했다.  이렇게 1000만원을 맡길 경우 복리효과가 커지면서 5년 후엔 세전 40.77%까지 올라간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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