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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정상회담, 비핵화 대화문 열까
북, 시진핑 방북에 '최고예우' 환영식…"남북미중 4자대화 전환 가능성"
2019-06-20 18:07:22 2019-06-20 18:29:56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에 도착해 1박2일간의 방북일정을 시작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지난 2005년 10월 후진타오 주석 이후 14년 만으로, 남북미 중심으로 진행되던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전용기 편으로 베이징을 떠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방북에는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이 동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순안공항에서 시 주석 내외를 직접 맞았다.
 
시 주석은 이후 북한을 방문한 외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있는 곳에서 환영식을 진행함으로써 선대부터 내려온 북중 친선관계의 공고함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중 정상은 이후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우호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시 주석 방북에 대해 "중국 당·정부가 조중(북중)친선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다"며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혈연적 유대를 굳건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선대 수령들의 뜻을 받들어, 조중 친선관계를 새로운 높이에서 강화·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첨부했다. 시 주석이 전날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두 나라 관계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도록 추동함으로써 두 나라 인민들에게 더 큰 행복을 마련해주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할 수 있는 신심과 능력이 있다"고 말한 데 화답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핵화 협상이 남북미에서 남북미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에 대응을 주문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문제 해결구도가 기존 남북미 3자에서 남북미중 4자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4분의 1의 지분을 가진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미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교량역할을 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접점을 못 만든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변국들도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이 향후 비핵화 대화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미) 양측 모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협상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이 향후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방침을 드러낸 가운데 이를 경계하면서 북미 간 직접대화의 끈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건 대표의 발표 직후 미 재무부는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 제재방침을 밝히며 북한에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도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주변국 정상 연쇄회동이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 동력을 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에게 지금은 놓쳐서는 안될 황금의 기회"라며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 대통령 제안에 북한이 호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8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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