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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실내 '벗고' 실외 '쓰는' 마스크 난센스…"취약시설 외 '마스크' 자율에 맡겨야"

감염병 전문가 4인 "실내 마스크 단계적 해제 필요"

2022-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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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코로나 감소 추세'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감염병 전문가들도 실내 마스크 의무화의 단계적 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식당, 카페 등에서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거나 음식을 먹는 경우가 일상인 상황에서 오히려 실내에서 '벗고' 실외에서 '쓰는' 마스크 난센스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요양병원 등 감염병 취약시설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되, 환기 시설 강화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6일 <뉴스토마토>가 감염병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관한 견해를 문의한 결과,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 해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 실내서 벗고 실외서 쓰는 상황…"실내 마스크는 형식적"
 
2021년 4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시행된 지 1년 5개월 만에 실외 마스크 의무 조치가 전면 해제됐지만 실내 마스크 해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 당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재유행 전망이나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상황 등을 고려하고 위험도 평가도 중요하다. 마스크 실내 의무화를 완화할 때 동반될 대책 검토도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를 보면, 실내에서 감염 위험이 실외보다 18.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미 카페, 음식점 등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거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 중인 30대 김 모 씨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자주 마시는데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도 마스크를 거의 안 쓰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날씨가 추워져서 밖에서 마스크를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실내 마스크 해제로 소폭 기우는 모습이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55.0%로 부정적 답변 41.8%보다 높았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마스크를 벗고 몇 시간씩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다. 현실을 반영해서 실내 마스크 조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는 "마스크를 처음 썼을 때는 중증도나 고위험군 등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기 때문에 필요했다. 유행 심할 때는 감염 압력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됐고 지금도 고위험군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걸리며 면역이 확보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푼다고 해서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마스크를 쓰고 싶은 사람은 쓰면 된다"며 "다만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안 했을 때보다 명확한 위험이 있고 국민에게 생길 피해가 명백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식당 등 마스크를 벗으면 감염이 쉬운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는) 형식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감염병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관한 견해를 문의한 결과,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 해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아이들 모습. (사진=뉴시스)
 
◇ "마스크 착용 장기화로 영유아 언어발달 등 우려"
 
실내 마스크 의무화로 인한 효용은 불확실한데 영유아의 언어 발달, 사회성 발달에 대한 우려는 큰 상황이다. 
 
최영준 교수는 "어린아이들은 마스크 때문에 부모님 말고 다른 어른들의 얼굴을 못 보는 상황이다. 표정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익히는 게 사회성 발달 차원에서 중요한데 굉장히 치명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달이라는 건 지금 당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삶 전체에 따라다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백순영 교수도 "코로나19 기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그만큼 발달이 늦어지고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시의사회·경기도의사회 등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경기도의사회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모든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유지해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고, 특히 학생들에게 더욱 엄격히 적용되며 건강권, 교육권에 심각한 침해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는 의료시설 등 일부를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를 해제한 상황이다.
 
◇ '멀티데믹' 가능성 낮아…"단계적 완화 필요"
 
독감이나 메타뉴모 바이러스 등이 코로나19와 함께 유행하는 '멀티데믹' 우려에 관해서도 손 씻기, 백신 접종 등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백순영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아이들이 코로나19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출을 못하고 마스크도 쓰고 있는 상황이라 바이러스에 노출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환기나 손 씻기를 하는 식으로 감염을 막는 게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보다 실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영준 교수도 "최근 2년 동안 아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으로 바이러스 노출이 줄어 걸리지 않다가 한 번에 몰아서 걸리니까 유행이 더 커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독감은 6개월 이상에서 예방접종이 있고 메타뉴모는 치료제나 백신은 없지만 기존 호흡기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손 씻기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방식으로 (예방)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실내 마스크 해제와 관련해 겨울철 재유행 이후 단계적 완화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 등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백순영 교수는 "요양병원 같은 시설은 내년에 풀어도 되겠지만 그 외에는 마스크 쓰기가 난센스인 경우가 많다"며 "유아 돌봄시설 등에서는 오히려 마스크를 해제하고 환기를 철저히 하고 종사자 진단검사를 자주 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14세 미만의 마스크 착용 여부에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아 의무화는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학교 등에서는 마스크를 쓰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천은미 교수는 "의료기관이나 대중교통 등은 아직 마스크 의무가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정부는 7차 대유행을 우려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미루고 있는데 오히려 2~3월에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더 유행하는 시기로 마스크가 더 필요하다. (마스크 의무 해제를) 3월에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감염병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관한 견해를 문의한 결과,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 해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사진은 마스크를 목에 건 시민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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