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윤혜원

혁신 주체가 대상이 될 때

2023-08-07 09:17

조회수 : 1,306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3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김호일 회장 면담 후 노인폄하 발언을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당의 도덕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이를 처음 공식화한 것은 지난 5월 14일 쇄신 의원총회였죠. 당시 박광온 원내대표는 쇄신 의총 결과 다섯 가지를 보고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당의 근본적 혁신’이었습니다. 그 구체적 방안에 ‘당 차원 혁신기구 설치’가 들어가 있었죠.
 
이후 한 달여간 인선 문제로 갈팡질팡하던 혁신위는 김은경 위원장을 수장으로 앉히고 나서야 닻을 올렸습니다. 민주당이 주목한 김 위원장의 강점은 개혁성과 참신성 등으로 정리됐습니다. “김은경 교수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자적인 개혁 성향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정치권에 몸을 오랫동안 담은 분이 아니라 참신성도 반영됐다(권칠승 수석대변인, 지난 6월 15일).”
 
아직까지 당의 신뢰를 회복할 만큼 개혁적이고 참신한 방안이 혁신위로부터 나오지는 않은 듯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활동에 드라이브를 걸기도 전에 동력이 꺾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혁신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노인 폄하’, ‘코로나 세대 학력 저하’ 발언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부터입니다.
 
가장 최근 휩싸인 노인 폄하 논란의 경우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한 사과에 나흘이 걸렸습니다. “노여움을 푸셨으면 좋겠다”나 “마음 상한 게 있다면 유감”이라며 우회적으로 표현했을 뿐, 직접적 사과는 하지 않았죠. 당 안팎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일요일(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 발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논란에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혁신위의 초기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혁신위는 지난달 31일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비판은 “갈라치기 수법”이라며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김 위원장 발언의 맥락을 제대로 보지 않은 데 따른 오해이자 과도한 비난이라는 반응이었던 겁니다. 
 
민주당은 ‘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이라는 혁신위 1호 공약을 조건부로 수용했습니다. 이후 혁신위는 공천룰과 대의원제 등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문제에 손을 대겠다고 시사했죠. 그러나 혁신위가 나름의 소신을 펼쳐보기도 전에 회의론이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혁신위 의지는 그대로 간다”는 김 위원장 발언처럼, 혁신위는 ‘마이웨이’를 선언했습니다. 혁신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 취지의 비판까지 나오는 만큼, 혁신위가 제 갈 길을 가기 위해서는 헤쳐야 할 장애물이 많아 보입니다. 그 장애물이 비단 외부로부터만 오지 않았다는 점도 혁신위에는 또 다른 숙제로 남았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 윤혜원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