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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여러 각도에서 본 저출산 문제

2017-01-19 06:00

조회수 : 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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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미 저출산 고령화사회다. 출산율은 1.23명으로 세계 국가 중에서 4번째로 낮다. 세계 평균은 2.5명이다. 이 결과 우리의 인구는 2015년 5천1백만명에서 2060년 4천4백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65세 이상 비중은 2015년 13.1%에서 2060년 40.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인구는 같은 기간 동안 26억명이 증가한다.
 
이 정도면 위기도 이만저만한 위기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앞다투어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책을 내놓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통계를 더 살펴보자. 45년 동안 370만명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유소년(0-14세)과 생산가능인구(15-65세)다. 생산가능인구 구성비는 더욱 충격적인데 2015년 세계 10위에서 2060년 199번째로 떨어진다. 이에 비해 고령인구 비중은 2060년 2번째가 된다. 회복되거나 역전될 가능성은 없다. 유소년과 청년들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5년 통계다.
 
대한민국의 위기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위기만이 아니다. 개인의 위기이기도 하다.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자식을 낳지 않는다는 것이고 자식을 낳지 않는다는 것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장이 없다는 것이고, 직장이 없다는 것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고,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경제가 형편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의 위기로 시작된 청년의 위기는 청년들에게 일하는 즐거움, 연애의 설레임, 결혼의 행복, 애기와 함께 하는 행복을 원천적으로 빼앗는다. 대한민국 청년은 직장,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불행의 악순환에 빠져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지혜롭고 행복하게 늙어간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개인으로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위기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45년 동안 370만명이 줄어든다. 매년 8만 2천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수치를 자살자와 비교해 보자. 자살을 반드시 개인의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자살에는 선택의 요소가 있다. 줄어드는 인구 역시 세대의 선택이라는 요소가 있다. 2015년 자살자수는 13,513명이다. 자살자수는 2014년보다 조금 줄었으나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욱 우울한 것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줄어드는 인구는 자살자보다 6배 이상이다.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는 자살자보다 무려 6배 많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인구감소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무도 이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경제가 제대로 풀려 일자리만 늘어나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보다 훨씬 못살고 직장이 없어 모두가 농사를 지어야 할 때에도 사람들은 부지런히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주저없이 애를 낳았다.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은 당장 통계로 확인된다. 못사는 나라의 출산율이 잘사는 나라보다 훨씬 높다. 아프리카 출산율은 4.68명이고 유럽의 출산율은 1.58명이다. 북한의 출산율은 남한의 1.23보다 높은 2.00명이다. 1970년 초반 남북한 출산율은 모두 4명이었다.
 
저출산의 문제는 경제의 문제이면서 사회의 문제이고 개인의 문제이면서 심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의 문제라는 점은 이미 밝혀졌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어 자유롭게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회피성 성격장애라는 심리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카다 다카시는 현대 일본 사회에서 회피성 인간이 증가하는 점에 주목한다. 회피성 인간은 애착 장애로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을 말한다. 실패할까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인간형이다. 오카다 다카시는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2015)라는 책에서 회피성 인간에 대해 분석하면서 회피성 인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의 심리와 그 심리를 만드는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까지 검토되어야 함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확인했지만 역시 저출산문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국가적인 과제다.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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