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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국정원이 팀꾸려 블랙리스트 처단하라"

검찰,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수첩 법정 공개

2017-04-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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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가정보원에게 팀을 구성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영화 ‘올드보이’, ‘아가씨’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했다는 이유 등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5일 열린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1회 공판에서 블랙리스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서증(문서증거)조사에서 이 같은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제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김 전 실장이 홍 화백과 관련해 “허수아비 작품을 고발해야 한다. 국정원에서 팀을 구성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개별적으로)가 아니라 리스트를 만들어서 처단토록 해야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적혀있다. 홍 화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했다 전시가 불허된 ‘세월오월’을 만들어 정부로부터 밉보였다.
 
검찰은 또 박 감독이 지난해 런던 동아시아 영화제(LEAFF)에서 연 ‘런던 회고전’ 지원과 관련해 문체부에서 실무급 공무원에게 내려보낸 검토 지시 문건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이 직원은 박 감독이 세월호특별법시행령 폐기를 촉구한 것을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2015년 5월 박 감독을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다며 정부 시행령을 폐기하고 특별조사위원회 원안에 서명하라고 촉구한 사안이 보고사항에 들어 있다. 박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한 점과 2014년 박원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한 사실도 포함됐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문체부는 박 감독을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결론짓고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김종덕 전 장관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고, 그의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에서 낸 의견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윗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은 혐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사건에 연루돼 부끄럽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를 입고 마음고생한 모든 분들께 송구스러운 심정이다”라고 참회했다.
 
김 전 장관 등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정부와 견해가 다른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6일에는 같은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에 대한 1회 공판이 열린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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