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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여부 촉각
대우조선 사례·투자자 피해 등 고려하면 상폐 어려울 듯
2018-11-14 06:00:00 2018-11-14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판단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크고 셀트리온과 함께 국내 바이오주를 대표하고 있어 당국의 결정이 시장 전체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결론은 크게 3가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회계 처리를 했고, 고의적인 회계 처리 위반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증선위가 금융감독원에 재감리를 요구할 때만 해도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최근 삼성그룹 내부 문건이 공개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고받은 문서를 공개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하고 장부에 반영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지난달 증선위에 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고의적 분식회계의 결정적 증거로 제출했다. 증선위가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고의'냐 아니면, '중과실' 또는 '과실'이냐가 중요하다.
 
만약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고 중과실이나 과실로 본다면 징계 수위가 낮아져 일부 경영진의 해임 권고와 과징금 부과로 마무리될 수 있다. 금감원은 재감리 조치안에 과징금 80억원 부과가 포함됐다. 이 정도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겐 큰 부담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로 바이오주 전체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증선위가 금감원의 판단을 전적으로 수용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는 경우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회사와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뤄지고 주식은 매매거래 정지와 함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는 검찰 고발 조치와 함께 회계처리 기준 위반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때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하게 돼 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도별 회계처리 위반 금액을 최고 4조원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3조8000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된다면 가뜩이나 동력이 없는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등과 함께 국내증시의 한 축이 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만 따로 봐도 시가총액이 20조원을 넘고 주식을 보유한 주주 숫자만 8만명 이상이다. 상장폐지된다면 8만명 이상의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된다는 의미다.
 
한편에서는 과거 사례를 예로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됐지만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았다. 대신 2016년 7월부터 10월까지 거래정지 후 1년간의 개선 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30일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상장 적격성 심사는 기업의 계속성, 재무안정성, 경영 투명성과 함께 투자자보호도 고려하는데, 투자자 보호에 무게를 둔 결정을 했던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폐지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지만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돼 실제로 상장폐지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회계처리 위반 금액을 재조정해 재무구조가 나빠지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문을 닫을 회사로 보이지는 않아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절차를 밟아 일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장폐지를 피하더라도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는 동안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한국거래소가 15영업일 동안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15영업일을 연장할 수 있다. 거래소가 상장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만약 기업심사위원회로 넘기면 길게는 20일의 시간이 더 걸린다. 대우조선해양도 기업심사위원회 회의에서 개선 기간 부여 결정이 내려졌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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