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유통)②"부머 쇼퍼·1인가구 모셔라"…생존 전략 안간힘
'초고령화 사회' 눈앞…'1인 가구' 시대
인구·가구 변화 맞춰 새판 짜는 유통가
유업계는 건기식 승부수…홈쇼핑업계는 탈TV 현상
2024-09-24 15:56:18 2024-09-24 18:00:26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주요 소비층 재편에 따라 유통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큰손으로 떠오른 '부머 쇼퍼(베이비부머+쇼퍼)'와 꾸준한 증가세가 예상되는 '1인 가구' 등을 타깃으로 한 상품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얼마나 빠르게 인구 구조에 맞춘 '캐시 카우'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유통기업의 성쇠를 가를 전망입니다.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0일 우리나라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00만62명을 기록하며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주민등록인구 5126만9012명의 19.51%에 해당합니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0%를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상됩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오는 2036년 30%를 넘겨 2050년 40%에 달한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10명 중 4명은 고령자가 되는 것입니다.
 
반면 저출산 현상으로 0~14세 유소년인구 비중은 2022년 11.5%에서 2035년 7.4%로 감소 전망입니다. 이에 우리나라 총인구는 올해 5175만명 수준에서 2052년 4627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통계청 관측입니다.
 
인구 감소, 초고령화와 더불어 독거노인 증가, 혼인율 감소, 가구 분화로 1인 가구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향후 1인 가구는 연평균 7만4000가구씩 증가해 2022년 739만 가구에서 30년 뒤인 2052년 962만 가구로 불어날 예정입니다. 2052년 전체 가구의 41.3%가 1인 가구로 구성될 수 있다는 통계도 나옵니다.
 
초고령화·1인 가구 증가…유통업계 생존 전략 마련 안간힘
 
이런 사회 흐름 속에서 유통업계는 생존 전략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인구 변화로 시장을 주도하는 층도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사양 사업으로 평가받는 업계는 기업 존폐를 위한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부상이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시장 전반에서 소비와 지출이 많아 부머 쇼퍼라고 불립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오프라인 시장 핵심 소비층으로 여겨졌던 부머 쇼퍼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온라인 시장에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저출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업계는 건강에 관심도가 높은 부머 쇼퍼로 타깃층을 다시 설정했습니다. 과거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제품 판매가 주요 사업이었으나 해당 사업에서는 철수하는 수순입니다.
 
지금은 높은 구매력을 갖춘 부머 쇼퍼 증가에 맞춰 건강기능식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셀렉스 골든밀크'를 재출시하며 성인 분유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즉석식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TV 시청 인구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로 실적 급락이 두드러지는 홈쇼핑업계는 콘텐츠 민감도가 높은 20·30대를 위시한 라이브커머스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TV 스크린에서 탈피해 숏폼 영상으로 소비자 이목을 끌고 AI(인공지능)를 활용해 고객 맞춤 상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간편 조리를 위해 재료를 손질해 둔 밀키트 진열 공간을 대폭 늘렸으며, 이제는 조리가 완료된 즉석식품을 파는 '델리 코너'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이랜드킴스클럽은 올해부터 델리 전문 매장을 확대했고, 롯데마트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 식료품 전문 매장 '그랑 그로서리'를 개장했습니다. 단순히 상품 분류에 따라 매대를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매장 구조를 확 바꾼 것이죠.
 
이는 빠르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려는 1인 가구 성향을 고려한 점도 있지만, 빠른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업계와 경쟁하는 대형마트의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대형마트의 강점으로 통하는 신선식품 등 먹거리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로 대형마트 주력 상품과 제품 포장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초기에는 소포장 신선식품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밀키트 상품이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됐다"면서 "앞으로 조리 자체를 하지 않는 문화의 확산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이 메인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유통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인구 변화로 인한 소비자 특성을 면밀히 관찰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라이프 사이클과 규모, 그들의 처분 가능 소득 등 3가지를 중심으로 향후 시장을 예측해 볼 수 있다"면서 "예컨대 부머 쇼퍼들은 경제력이 있지만 일반적인 상품보다 주로 건강, 여가 활동 등 관심 분야에 한해 소비한다. 이런 특성을 알고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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