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 유심 정보 유출로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자 대책들이 우왕좌왕 나왔고, 이용자들은 회사 대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심 교체를 최후 보루로 여기고 있지만, 물량이 부족해 오픈런을 해도 유심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회사 측 과실로 이용자들이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논쟁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보 유출 후 내놓은 SK텔레콤의 대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되는 상황인데요. 일각에서는 이용자 보호보다 과징금 낮추기에 초점을 둔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친다고도 지적합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8일 23만건의 유심 무료 교체를 진행했습니다.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을 제외한 2300만여명 SK텔레콤 가입자의 1% 수준입니다. 앞서 SK텔레콤은 유심 정보 유출 직후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하며 고객 피해 예방을 위해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FDS) 강화 조취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심 교체에 준하는 방안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 25일에는 유심 무료 교체 카드를 꺼냈습니다. 다만 확보된 유심은 100만개에 불과했습니다. 27일에는 유심보호서비스로 해킹 피해를 막겠다며, 피해가 발생하면 100%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추가로 내놨습니다.
SK텔레콤 대리점 내 붙어 있는 대국민 발표문. (사진=뉴스토마토)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보안을 강화하고 해커 침투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하면서 어떤 상황에 취약한지, 어떤 기술을 더 개발해야 하는지 상시 대비가 필요하지만, 100% 보안은 사실상 힘들다"며 "그럼에도 고객의 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최소한 정보가 유출됐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기본 대처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이용자 요구에 따라 면피용 대책들이 나오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대책을 순차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종합적인 방안 대신 이용자 불만에 따라 대책들이 우후죽순 나오면서 오히려 이용자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 실장은 "이용자로서는 유심 교체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질 텐데, 유심 확보도 안 된 상황에서 혼선만 주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유심 교체를 못한 이용자들도 "잘못은 SK텔레콤이 하고, 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보상 얘기는 없냐"며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SK텔레콤이 이용자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유심 교체 접수를 지난 28일부터 시작했지만, 언제 교체가 가능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매장별로 유심이 확보됐을 때 순차적으로 연락을 주고 있습니다.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우리도 언제 유심 물량이 확보되는지 알 수 없다"며 "본사에서 알림이 오면 대리점에서 연락을 하는 시스템인데, 매장으로 찾아와도 재고 부족으로 바꿀 수가 없어 우선 온라인 신청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5월 말까지 SK텔레콤이 확보하겠다는 유심이 500만개에 불과해 몇달에 걸쳐 이용자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270만명 구독자를 보유한IT 유튜버 '잇섭(ITSub)'도 "심지어 서버가 털린 것은 SK텔레콤의 서버"라며 "그런데 SK텔레콤을 이용하는 고객이 유심 보호 서비스도 직접 신청해야 되고 불편하게 대리점까지 가서 유심 교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K텔레콤 경영진들이 25일 고객 유심 정보 유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용자에 혼선을 주는 대안들이 발표되고 있는 셈인데, 일각에서는 추후 과징금 등을 염두에 둔 과정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습니다. 한범석 법무법인 백승 변호사는 "어떤 조치를 했고, 어떤 대안을 내놨고, 선제적으로 조치해서 추후 피해가 확산되는 걸 막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지금 대안들은 정부가 과징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고 얘기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뿔난 소비자들 사이에서 집단 소송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SK텔레콤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지킨다는 취지입니다. 법무법인 대건은 "참가비나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무료 소송 방식으로 집단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습니다. 한상준 대건 대표변호사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실질적인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회복탄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인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정보 주체가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이용자에게 알리고, 이용자는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회복탄력성 중 하나다"라며 "조치 중 하나가 유심 교체였는데 정부와 기업이 노력해 부가적으로 어떠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명명백백히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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