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와 캐피탈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수시검사를 받은 여신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금융사고가 빈번한 곳을 중심으로 관리감독의 압박 수위를 키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감원, 금융사고 다발 카드사 호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7일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 카드사 2곳과 우리금융캐피탈을 포함한 4개 캐피탈사를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들 회사는 내부통제와 건전성 등을 이유로 금감원의 수시검사를 받았던 곳들입니다.
간담회에서는 개인정보보호 등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핵심 의제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특히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GA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권 전반의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하는 만큼 금감원은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CEO 간담회에선 최근 개인정보 보호 해킹 사태와 관련해서 내부통제, 개인정보보호 관리 등을 잘 챙겨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수시검사 후속 조치 차원에서 얘기하기 위한 자리"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지난번 금융사고와 과징금을 받은 바 있어 수시검사를 진행했다"며 "해당 내용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고, 업권 전체적으로 개선할 게 있으면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우리카드는 가맹점주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134억5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개보위에 따르면 우리카드 인천영업센터는 신규 카드 발급을 통한 영업 실적 확대를 위해 2022년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20만7538명의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했지만, 이 중 7만4692명이 마케팅 활용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수시검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롯데카드 역시 지난해 소매 렌탈업체에 제공한 매출채권담보 팩토링 대출에서 약 800억원의 연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금감원의 수시검사를 받았습니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카드사가 금감원으로부터 호출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3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468건으로 8423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카드업권에서는 롯데카드가 118억원(3건), 우리카드가 48억5500만원(3건), 신한카드 32억원(4건)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금융사고 규모가 가장 큰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CEO가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는 만큼 내부통제 강화를 적극적으로 당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금감원이 내부통제와 건전성 강화를 위해 롯데카드, 우리카드 및 우리금융캐피탈 등 6곳의 CEO를 호출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모습.(사진=뉴시스)
2금융권 관리감독 강화 맥락
경기 침체에 중저신용자들의 상환 여력까지 떨어지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습니다. 전체 카드사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신한카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기준 1.80%로 지난해 말(1.73%) 대비 0.07%p 올라갔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029780)는 1.08%에서 1.12%, 국민카드는 1.85%에서 2.02%, 현대카드는 1.08%에서 1.21%, 롯데카드는 1.77%에서 1.94%, 하나카드는 2.18%에서 2.44%, 우리카드는 2.15%에서 2.62%로 각각 상승했고, 비씨카드는 2.55%에서 2.26%로 하락했습니다.
카드사 실질 연체율이 높아지고 건전성 문제가 부상하자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가 계속 상승세에 있다"며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카드사 수익성, 건전성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전사 유동성 관리 현황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중소금융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개최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적극적인 건전성 제고 노력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구 금감원 중소금융 부원장보는 "지난해에 이어 중소금융회사들의 건전성 관리와 위기대응 능력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며 "검사 방향도 내부통제와 건전성으로 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여전사 CEO 간담회도 2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와 건전성 강화를 주문하는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2금융권은 은행권에 비해 내부통제나 건전성 관리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지난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 이어 여전사를 대상으로도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전사들도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건전성 제고 노력을 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