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인상 최소화"…정부 압박 효과?
당정, 물가 안정 의지 천명…기업 동참 당부
6월 가공식품 물가 4.6%…1년 7개월 만에 최고치
업계 눈치싸움 치열해질 듯
2025-07-07 16:03:43 2025-07-07 17:16:55
 
[뉴스토마토 김충범·고은하 기자] 정부와 여당이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 등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를 드러내면서, 식품업계의 눈치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그간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연말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 분위기를 틈타 제품 가격을 연쇄적으로 올리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요. 하지만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라면 값 2000원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하면서, 업계의 릴레이 인상 행태 역시 일시적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였습니다. 특히 이번 가공식품 인상 자제 경고의 경우 사실상 당정이 물가 불안에 식품 업계의 이기심이 작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았다는 분석인데요. 이 같은 의중을 파악한 업계 역시 향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정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 당부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한 협의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식품·외식 물가 안정 차원에서 정부가 업계 등과 긴밀히 소통해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 등 소비자 부담 경감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청했고, 정부도 이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며 "당정은 지속 소통·협력해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 물가 민생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당정이 협의회를 개최하면서까지 물가 안정을 천명한 것은 가공식품을 토대로 한 먹거리 물가 급등세가 위험 수위에 올라섭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탄핵 정국 혼란기가 이어지면서 특정 기업을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식음료 업계는 전반적인 제품 가격 릴레이 인상에 가세했는데요. 이들 기업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고환율 여파를 표면적 이유로 대며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부여했지만, 사실상 권력 공백기에 수익 극대화를 노린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2020년=100)로 1년 전 대비 2.2% 상승했습니다.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연속 2%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5월 1.9%로 떨어졌지만 한 달 만에 다시 2%대로 반등했는데요.
 
특히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6% 오르며 전체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울러 이는 지난 2023년 11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데요. 이 같은 폭등 흐름에 힘입어 가공식품은 전체 소비자물가를 0.39%포인트나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물가가 오른 것은 62개에 달합니다. 세부적으로 △초콜릿 20.4% △김치 14.2% △커피 12.4% △맛김 12% △라면 6.9% △빵 6.4% △소시지 6.4% 등이 큰 오름폭을 보였는데요.
 
통계청은 최근 출고가가 인상된 품목이 순차적으로 반영되며 가공식품 물가가 상승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사실상 식품 기업들이 물가 불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가격 인상 자제 필요 공감대…"물가 안정은 지켜봐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정상화하면서, 기업들의 가격 인상 사례도 혼란기보다는 뜸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추가 인상 단행은 자칫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상 요청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반영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사실 현재 소비가 너무 위축된 상태라 애로사항이 있는 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 간에 소통해나가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이미 새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 해결을 제시한 상황인 만큼, 식품 업체들을 대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시점에 선제적으로 인상에 나설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단 올해 상반기뿐만 아니라 최근 2~3년간 기업들이 빈번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이미 가공식품 물가는 상당히 오른 상태"라며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좀 자제하기만 해도, 먹거리 물가가 잡히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다만 기업들의 설명대로 가공식품 상승이 식재료 가격이나 임대료, 인건비 등의 상승 측면에 기인하는 점도 분명 있다"며 "정부가 지원책을 고민하면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정부의 인상 자제 당부가 효과를 발휘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 상승에는 원가가 높아져 물가가 오르는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이 있고, 경기가 좋고 수요가 증가해 물가가 상승하는 수요 견인형 인플레이션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는 나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비용 상승형 인플레의 양상을 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인건비 등이 순차적으로 뛰게 된다"며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하면 가공식품 물가가 단기간 내 잡힐 것이라 속단하는 어렵다"고 우려했습니다.
 
한 시민이 서울 소재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대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고은하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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