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 3사의 고신용자 신용대출이 8개월 새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주문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강조해왔지만, 실제 현장에선 중·저신용자 대출은 물론이고 고신용자 대출까지 큰 폭으로 줄였습니다. 상생금융의 취지도 사라진 채,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을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6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323410)·토스뱅크 등 인뱅 3사의 신용점수 800점 이상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지난 1월 16조2456억원에서 8월 8조6197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불과 8개월 사이 신규 대출액이 47%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도 줄었습니다. 400점 이하 저신용자 대출 신규 취급액도 같은 기간 496억원에서 451억원으로 금액이 오히려 9% 가량 감소했습니다. 중신용자 600~800점 구간 역시 1조4993억원에서 1조2083억원으로 20% 줄었습니다.
인뱅 3사는 그동안 전체 수익 구조 중 90%가 가계대출일 정도로 의존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이 중에서도 고신용자 대출과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로 수익 구조를 쌓아왔기 때문에 올해처럼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대출 모두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규제 영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통계는 6·27 부동산 대책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내로 제한하고 대출 총량 관리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후 이어진 9·7 대책, 10·15 대책도 계속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주담대 규제가 많지만,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하한을 기존 1.5%에서 3.0% 올리고 신용대출이 1억을 초과할 경우 1년간 서울 등 규제지역 집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는 신용대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한 인뱅 관계자는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내로 제한하는 등 6·27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다"며 "이렇게 되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저신용자 의무 대출 비중을 맞추기 어려워지는데 그렇다 보니 고신용자 대출을 줄여서 그 비중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뱅이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모두에게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인뱅의 대출 구조는 정부가 강조한 상생금융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은행권에 고금리·고수익 구조 대신 포용금융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고신용자 대출 축소는 물론이고 저신용자 대출도 늘지 않아 전체 대출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출 총량 규제가 고신용자 위축으로만 귀결되고 저신용자 지원으로 연결되지 못한 상황은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 후퇴하는 것이라며,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 문턱이 높아져 고신용자 대출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정부 상생금융 정책이 현장에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은 제도적 미비와 시장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제도적으로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의무화의 법적 강제력 및 감독이 부족하고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과 DSR 강화가 대출 공급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려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의무 준수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와 감독 강화, 정책자금 지원 및 금리 인하 인센티브 제공, 인터넷은행 수익성 보완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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